내수·복지·중기정책에 초점 '하토야마 노믹스' 시험대에

[日민주당 압승이후] 2. 개혁 성패 경제에 달렸다
아동수당등서민 직접지원 확대… 고교 무상교육등 내수부양 병행
사상최악 실업률이 최대 걸림돌… 정책 뒷받침할 재원마련도 부담


"경제성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가계를 직접 윤택하게 만드는 정책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지난 31일 새벽 민주당 압승을 이끈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새 정권의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시장원리가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규제개혁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이뤄져야 할 상황"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날 새벽에 발표된 내용에는 '하토야마노믹스'의 기본 철학이 담겨 있다. 민주당의 선거공약과 하토야마 대표의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추론할 수 있는 차기 일본정부의 핵심정책은 아동수당 지급과 농어가 소득보전 등을 통한 서민 직접 지원. 이와 함께 고등학교 무상교육,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국민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 위한 내수 부양책을 병행할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자민당이 대기업을 주축으로 수출에 절대 의존한 성장 정책을 고수했다면 차기 정부는 내수 육성과 공공영역 강화를 통한 복지중시 정책으로 궤도를 선회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앞서 발표한 선거 공약을 통해 ▦아동 한명당 연 31만2,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중소기업 법인세율 현행 18%에서 11%로 인하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는 최저임금(800엔 상정) 설정 ▦월 7만엔 최저연금보장 실현 ▦농축산물 판매가와 생산비 차액을 기본으로 호별소득보상제도 실시 등 중소기업과 서민정책을 내놓았다. 대기업ㆍ성장ㆍ수출 중심의 기존 일본 경제정책과는 다른 중소기업ㆍ복지ㆍ내수정책을 내세우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개혁 이후 불거진 양극화 해소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실제 수출의존도가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진 와중에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타를 입은 일본 경제의 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내수 부양은 일본 경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 없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일본이 지나치게 외수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내수기반을 확충한다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민주당의 공약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후카가와 교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민주당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자민당의 정책과 수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경제 현실에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실업률 5.7%라는 최악의 고용상황에서 경제의 버팀목을 내수로 전환하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수출 의존이 이어진다면 대기업 정책 역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소 다로 자민당 총재가 선거운동 내내 걸고 넘어진 부분도 공약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부재로 집중됐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머무르고 내수회복의 전제조건인 고용시장이 한껏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가처분소득 증대→내수 회복→경제 성장이라는 민주당의 막연한 시나리오는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인식이 높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실상 '현찰 퍼주기'로 풀이되는 민주당의 내수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신설하는 아동수당과 출산일시금 상향 조정, 공급 고등학교 수업료 면제, 농어가 소득보상제, 직업훈련지원금 등 무수한 항목의 지원책 이면에는 당장 내년부터 연간 16조8,000억엔(약 218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 마련 부담이 도사리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국책발행이나 증세 없이 정부 지출삭감과 공무원 급여 삭감, 각종 유휴기금 활용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단순한 재원 재분배만으로 풀어가기에는 소요자금 규모가 너무 크다.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각종 공약이 가까운 미래 민주당 정권을 옭아맬 최대 족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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