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기가 막힌 「사돈 후유증」이 재계에 화제다.지난 69년 사돈인 삼성그룹이 가전사업에 진출하면서 뒤통수를 맞더니 30년이 지난후 또다른 사돈인 현대그룹에게 반도체 사업을 넘기게 되는 등 30년 주기로 잇따라 사돈에게 압박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과 구자경(具滋경) LG 명예회장은 지난 96년 사돈 관계를 맺었다. 鄭 명예회장의 친손자인 일선(日宣·30)씨가 具 명예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구태회(具泰會) LG그룹 고문의 손녀 은희(恩姬·24)씨와 96년 결혼했다. 일선(日宣)씨는 鄭 명예회장의 4남으로 작고한 몽우(夢禹)씨의 장남이며 은희(恩姬)씨는 具 고문의 차남인 구자엽(具滋燁) LG건설 부사장(49)의 자녀.
그해 8월 24일 결혼식이 열렸던 서울 63빌딩 코스모스홀에는 鄭 명예회장과 具 명예회장이 나란히 앉아 이들의 결혼을 축복했고 鄭 명예회장은 특히 아버지가 없는 손자에게 애틋한 감정을 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와 LG는 하지만 이번 반도체 빅딜을 계기로 사돈기업이라는 명맥이 무색할 정도로 감정이 상하게 된 셈이어서 양사가 이를 어떻게 봉합할 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LG그룹의 사돈과의 악연은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69년 사돈그룹인 삼성이 LG의 텃밭이었던 가전산업에 진출했던 것. 당시 LG를 비롯한 기존 가전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생산제품 전량을 수출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가전산업 진출에 성공했다. 재계에서는 LG가 사돈기업에게 당했다는 얘기가 나돌았었다. LG그룹 창업자인 고(故) 구인회(具仁會)회장은 슬하에 6남 4녀를 두었는데 3남인 구자학(具滋學) 회장이 고(故)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자의 둘째딸인 숙희(淑熙)씨와 결혼했다. 그는 당시 삼성그룹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삼성의 가전산업 진출이후 LG로 이전해 LG건설 회장, LG전자 회장 등을 거쳐 현재는 LG건설 고문으로 현업에서 물러나 있다. 【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