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설자금 지원 계획자금수요 4조안팎… 과부족땐 통화량 조절
은행권이 설 연휴를 앞두고 또다시 중소기업 대출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격전에 돌입했다.
은행들은 표면적으로 설을 맞아 운전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금수요가 몰리는 이번 기회에 신규 대출처를 대량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훨씬 더 강하다.
실제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다 소비심리마저 회복되고 있어 기업 자금수요가 작년 설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들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 중소기업 지원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려 잡고 벌써부터 공단지역 우수 중소기업을 찾아 다니는 등 대출세일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설자금 수요 예년보다 늘어날 듯
한국은행은 경기회복 기대감 등을 발판으로 올 설자금 수요가 지난해의 3조5,000억원보다 많은 4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부족자금을 충분히 공급하는 등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이 생길 경우 통화안정증권과 환매조건부채권 등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적정 통화량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설자금의 경우 통상 연휴가 끝나면 일정기간 내에 자동적으로 환류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별도의 통화 환수조치는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기업들은 통상 설 연휴를 2주일 정도 앞두고 자금을 요청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아직 당좌나 일반대출 확대 등 뚜렷한 수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자금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넉넉하게 한도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이고 자금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예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한도를 모두 소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소기업 공략 '지금이 기회'
은행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평소보다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이 달부터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업들의 예상되는 기업들의 실제 자금수요 보다도 훨씬 많은 자금을 지원한도로 책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각 은행들은 대출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우량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대폭 낮춰 적용하기로 하는 등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대출취급을 영업점장 전결로 하면서 신용조사를 면제해 신속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민 한빛 외환은행 등은 한도를 대규모로 책정하면서 업체당 지원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정요건만 충족하면 소요자금 범위 내에서 무제한으로 운전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특히 대출금리도 최저 6%대 초반으로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사전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기간을 신규 기업고객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영업점을 통해 예상 자금수요를 파악한 뒤 필요할 경우 담당임원이나 영업점장이 직접 업체를 방문해 주거래 고객으로 적극 유치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영업점장 우대금리 폭을 확대해 대출금리 적용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등의 공격영업을 통해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증가 분의 상당규모를 이번 기회에 소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빈익빈 부익부는 여전할 듯
지난해 추석 때도 각 은행들이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상당규모가 은행에 그대로 쌓인 바 있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은행들이 이른바 '돈 떼일 염려가 적은' 우량기업 들에만 집중적으로 대출을 해 준 것도 한 원인이다.
실제 은행들은 이번 설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도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설자금 지원을 위한 특별한도를 책정했지만 신용등급이 일정수준 이상인 기업들이 중점 공략대상"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용이 낮은 업체들에게 무작정 돈을 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 우량기업과 한계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진우기자
최윤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