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교육·문화경쟁력이 승패좌우 GE '크로톤빌연수원' 4,600만弗 들여 인재양성 한국대학 아직 3류…산업현장과 밀착한 교육절실 경제자본의 시대 끝나 "이젠 문화자본 축적해야"
입력 2005.05.12 16:37:31수정
2005.05.12 16:37:31
[소프트 경쟁력을 높여라] 교육, 그리고 문화의 바탕
21세기는 교육·문화경쟁력이 승패좌우GE '크로톤빌연수원' 4,600만弗 들여 인재양성한국대학 아직 3류…산업현장과 밀착한 교육절실경제자본의 시대 끝나 "이젠 문화자본 축적해야"
미국 뉴욕 허드슨강을 따라 차를 타고 북쪽으로 한시간 정도 올라간 곳엔 잘 다듬어진 북유럽풍의 건물들로 이뤄진 GE(제너럴일렉트릭)의 크로톤빌연수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원래 GE 간부사원들의 휴양지였지만 지난 83년 잭 웰치 당시 GE회장이 4,600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투입해 인재교육의 전당으로 개조한 곳이다.
당시 웰치 회장은 이사회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투자금액 회수 가능성에 대해 ‘무한(Infinite)’이라고 써 넣었다. 교육으로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대라는 의미였던 것.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자타 공히 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재용 삼성 상무,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 등이 이곳의 연수과정을 거쳤다.
소프트경쟁력의 원천은 교육과 문화이다.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은 “한국기업이 웰치센터를 제대로 배운다면 전혀 다른 기업문화가 탄생할 것”이라며 “최고경영자(CEO)는 대주주의 눈치를 보는 가신(家臣)이 아닌 조직원 모두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기업문화를 만들고 조직원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조직에 생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바뀌면 경쟁력이 살아난다=휴대용 단말기용 리눅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킨 미지리서치의 서영진 사장.
서 사장은 늘 한국에서 1%도 안되는 특성화 교육의 수혜자라는 사실에 감사한다. 경기과학고 1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2기인 서 사장은 명문 종합대를 포기하고 KAIST에 입학한 덕분에 지금 이정도의 경쟁력이라도 생겼다고 자부한다.
그는 공석이나 사석을 가리지 않고 “아직도 한국의 대학은 삼류“라고 혹평한다. 미국처럼 연구중심 대학이라든가 일반 인재양성대학으로 특화된 것도 아니고, 학연과 지연에 얽힌 교수진들은 자리 보존에 바쁘다는 것이 서 사장의 평가다.
수직적인 교육과 유교적 전통을 고집하는 문화풍토 속에서 다양성과 창조성, 과감한 파괴를 요구하는 소프트경쟁력을 육성시키는 것은 제한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한해 배출되는 디자인 관련학과 졸업생은 3만6,000명. 영국과 이탈리아가 2만명, 일본이 2만8,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만한 수치다. 하지만 디자인전문회사 CEO나 기업체의 디자인 관련 임원들을 만날 때면 쓸만한 디자이너가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김철호 한국디자인진흥연구원장은 “기업은 자동차ㆍ로봇ㆍ가전 등 특화된 디자이너를 요구하지만 대학은 아직도 반복된 스타일의 교육을 통해 정형화된 인재만 배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디자인회사의 CEO 절반이상을 배출했다는 영국의 디자인학교가 철저하게 산업현장과 밀착된 교육을 진행하는 상황과 비교한다면 우리 교육과 기업은 미련하게 옛날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는 교육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16년간 형식과 틀에 얽매인 정규교육 과정을 거치고 나면 글로벌 경쟁시대를 이겨낼 적응력을 갖추기가 어렵다”며 “지금은 A학점 모범생보다는 톡톡 튀는 ‘에디슨’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화는 진화한다=요즘 중·고생들에게 가장 심한 벌은 휴대폰을 압수하는 것이다. 포스트디지털세대(PDG)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공동체로 통하는 수단이 없어지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PDG의 공동체는 미니홈피라는 1인 미디어를 통해 확대된다. ‘파도타기’등으로 끊임없이 확대되는 공동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소프트경쟁력의 바탕에는 문화의 변화가 깔려 있다. 문화트랜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만들어낸 상품은 그대로 잊혀진다. 소니사의 휴대용 게임기 PSP가 판매 개시 일주일 만에 4만5,000대나 팔린 것은 PDG라는 신(新)문화 세대의 소비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화경쟁력은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일본에 앞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시장인 베트남의 경우 삼성ㆍLGㆍSK의 제품 판매 뒤에는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와 장동건ㆍ이영애 등 한류 스타들이 있다.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내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인 셈이다.
임상오 상지대 교수는 “기업이 경제자본만 축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문화자본을 축적해야 해야만 기업의 문화 활동이 창조 활동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5-05-12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