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앨라바마 공장 준공 6개월/ 현지 르포

"현대 원더풀" 현지인들 환영일색
작업복 입은 종업원 모습 '마치 울산에 온듯'
디트로이트 대신 세계車업체 전진기지 기대
투자희망 해외기업들 '케이스 스터디' 되기도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쏘나타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완성차의 마지막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뉴욕 JFK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 가량 이동하면 애틀란타 공항에 도착하고 여기서 다시 차량으로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카운티가 나타난다. 이 곳은 미국 남부에 위치해 뉴욕만큼은 춥지 않지만 바깥 공기는 한기를 느끼게 한다. 왕복 4차선의 ‘현대대로(Hyundai Boulevard)’를 따라서 가면 흰색과 파란색으로 조합된 현대 로고가 커다랗게 걸린 현대차 앨라배마 생산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마스 장식나무가 놓여진 연못을 지나 현관문을 들어서자 흑인여성이 상냥하게 맞이한다. 지난 5월 공장문을 열고나서 벌써 4,000명 이상의 해외 관광객과 산업시찰단이 다녀간 탓인지 ‘손님 맞이’가 능숙하다. 생산라인에 들어서면 257개의 산업로봇이 눈코 뜰새 없이 돌아가고 2,700명의 현지인들이 압연ㆍ도장ㆍ의장ㆍ품질관리 등 전 공정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마치 공장 전체가 하나의 로봇과 같이 움직이는 느낌이다. 특히 현대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있는 종업원들을 보면 울산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앨라배마 공장은 고급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인들의 공장내부 사진촬영을 금하고 있다. 시간당 73대, 1일 1,000대의 쏘나타가 여기서 생산된다고 하니 1분에 1대 이상의 쏘나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 전역의 800개 딜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지난 5월 11억달러를 투자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달까지 7만7,000여대의 쏘나타를 생산하는 저력을 보이며 앨라배마에 투자를 희망하는 해외 기업들의 ‘케이스 스터디’가 되고 있다. 쏘나타 판매량은 지난 6월에는 2,696대에 불과했지만 상품선택이 까다로운 미국 소비자들의 구전(口傳)광고와 미국 주요 언론의 잇따른 호평으로 8월에는 8,508대로 급증했고 10월에는 9,564대, 11월에는 1만4,216대로 출시 6개월 만에 월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섰다. 앨라배마 공장의 성공적인 가동으로 현대차가 지향하는 세계경영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올 들어 11월말 현재 41만2,000대로 올해 전체로는 판매량이 46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의 42만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경영부실에 시달리며 파산보호신청 전망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성공 여세를 몰아 내년 상반기에 신형 싼타페와 전략 차종인 엔트라제 등을 잇따라 출시해 미국 시장 공략에 불을 본격 지핀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농업과 섬유산업 중심이었던 앨라배마주의 산업구도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Hyundai Wonderful”을 외쳐댄다. 앨라배마주 밥 라일리 주지사는 “현대공장이 들어선 이후 주변 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농업사회에 공업화 바람이 불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임금 노동자들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일리 주지사는 또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기울고 앨라배마가 세계 자동차회사들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현대차 공장이 먼저 길을 닦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몽고메리 상공회의소의 토드 스트레인지 회장은 “만도ㆍ현대모비스ㆍ대양솔루션 등 한국의 다른 기업과도 공장설립 및 투자유치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현대차 공장은 고용창출, 부동산경기 호조, 소매판매 개선 등 지역경제 전반에 가시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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