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기자본규제 得失부터 따져봐야

외환은행 헐값매각시비로 국부유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투기자본에 대해서는 국가기간산업의 인수를 규제하자는 의원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여야의원들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투기자본규제법안들은 국가경제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외국인투자에 대해 대통령이 거래중지명령을 내리고, 통신ㆍ전력ㆍ은행 등 국가기간산업과 국방관련전략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주식을 외국인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에 대한 빗장을 지나치게 푼 나머지 투기자본들의 농간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전례를 생각할 때 이런 법안들이 진즉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우리보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 일본, 유럽 등도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투기자본은 물론 정당한 투자까지도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 이 같은 국제적 추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면 의원들의 이 같은 입법추진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너무 국민적 감정만을 내세운 나머지 외국자본을 백안시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준비부족으로 국부가 대거 유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외국자본이 국내 경제에 미쳤던 긍정적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돼 국제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외국자본의 진출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투기자본은 규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건전한 투자자금에 대한 규제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실행되고 있는 법률로도 규제가 어느 정도 가능한 만큼 기존 법률을 더욱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외국자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못지 않게 국내자본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금융산업의 분리원칙과 출자총액제한 같은 규제를 해제한다면 외국자본에 대한 우리의 대항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투기와 투자, 국내외자본에 대한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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