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경제 장미빛만은 아니다

이라크 전쟁이 미ㆍ영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됨에 따라 지금 지구촌의 촉각은 온통 전후의 새로운 경제질서에 쏠려 있다. 이제까지 세계경제를 압박해 오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되게 됐다는 점에서 각국은 일단 불황의 탈출구가 열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개전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던 낙관론이 종전이 임박하면서부터는 오히려 비관론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경제도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미국의 다음 타깃이 북한의 핵 문제인 까닭이다. 특히 해법 가운데 하나로 선제 공격론이 미국정부내에서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어 전후 세계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다. 한쪽 당사자인 우리나라로서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연구 기관들은 개전을 앞두고 여러가지의 시나리오를 상정 했었다. 이 중 공통된 사항은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경우 세계경제는 회복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한국경제도 북한 핵 문제 등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장미빛 시나리오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조기종전=경기회복`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다. 세계의 증시는 등락세를 반복하고 있으며 국제 원유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금값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반증인 것이다. 실제로 시장 쪽에서는 전후의 악재도 만만치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핵을 비롯해 이라크 주변의 시리아ㆍ이란 문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파동 등의 향방이 그렇다. 우리경제는 특히 대외적인 충격에 허약한 체질이며 북한 핵 문제는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주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춰 수정치를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분간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물 건너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 동안 경기대책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기본적으로 우리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대외적인 불안 요인에 있는 만큼 이들 요인이 해소되면 경제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제 전쟁은 끝나 가지만 우리로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첩첩이다. 자칫 경제의 경착륙도 우려되고 있다. 연착륙을 생각해야 할 때다. 정부도 현재의 상황을 대외적인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을 위해 대책을 재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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