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 상황서 리디노미네이션 불필요"

199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로버트 먼델 교수는 "한국의 현 상황에서 화폐액면 단위를 바꾸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먼델 교수는 13일 오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5회 세계지식포럼 기자회견에서 "현재 오가고 있는 논의는 단순히 화폐의 액면단위에서 '0'을 지우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자국(自國)의 통화를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다면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숫자만을 축소시킬 경우 구 화폐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 대중과 시장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먼델 교수는 "이탈리아도 유로화를 채택하면서 '1유로=1천936리라'의 환율을 적용했는데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이탈리아가 얻은 것은 자국의 새로운 화폐가 구(舊)통화보다 강해졌다는 것 뿐"이라 덧붙였다. 먼델 교수는 이어 "지식기반 산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할 미래에 한국이 앞서가는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제반의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은 노동인구의 교육수준 대비 임금이 낮고 외국의 기술을 수입해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전략을 펼쳐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했다"면서 "(한국이) 세계경제에서 '톱 클라스'의 반열에 오른 이상 지금부터는 자체 기술개발에 혼신의 힘을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래에 닥칠 지식기반 산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교육의 질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며 "IT강국인 한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두뇌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델 교수는 "지식기반 산업이 주도하는 미래사회에서는 원격교육(e-learning)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한국은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원격교육의 인프라를잘 갖춰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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