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먹거리가 인류·지구 구원"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등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왜 음식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시죠?” 그녀가 ‘희망의 밥상’(Harvest For Hope)이란 책을 낸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그녀를 그저 ‘침팬지 엄마’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의문은 어쩌면 당연하다. 1934년 영국 런던 태생인 제인 구달은 스물 세살이던 57년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를 만났다. 그들에 의해 탄자니아 곰비 지역 침팬지 연구에 발탁된 그녀는 침팬지 습성에 대한 놀라운 발견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딴다. 침팬지 연구가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엘리자베스 여황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고 권위있는 과학상인 ‘교토상’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아이어티의 ‘허바드 상’도 받았다. 흔히 침팬지 전문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녀는 최근 환경 보호와 평화 운동가로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년 365일 가운데 거의 300일 가량을 환경 보호와 관련된 강연을 하며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닌다. 머리말에서 그녀는 왜 자신이 먹을 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음식에 관한 책을 쓰게 됐는지 전한다. “1986년 침팬지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시카고 과학 학회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 회의가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그 곳에서 밀렵이 침팬지 뿐 아니라 숲에 사는 모든 동물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냥꾼들은 코끼리부터 박쥐에 이르기까지 먹을 수 있는 모든 동물을 향해 총을 쏘고 그 고기를 훈제로 만들어 도시에 내달 팔았다. 도시에는 더 많은 돈을 주면서까지 닭고기나 양고기 대신 이런 ‘부시 미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나는 인간들이 너무도 쉽게 지구상에서 생명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침팬지와 야생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은 이들 사냥꾼에 그치지 않는다. 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은 숲을 밀어 농경지로 만들고 성장 호르몬제, 화학비료, 항생제 등을 사용해 농작물과 가축을 길러내면서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구달 박사는 “우리들의 먹거리와 문화를 지배하려는 기업들 때문에 인류와 지구의 건강이 점차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녀가 말하는 희망의 밥상이란 바로 인류와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는 그런 밥상이다. 대기업의 손길을 벗어난 먹거리를 선택하는 ‘내 고장 식품 먹기 운동’ 등은 이 같은 희방의 밥상 운동의 하나다. 행여 내 몸 하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첫 장을 넘길 필요도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