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아니면 한달 더 쉬어갈까'
콜금리 조정을 위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9일 열린다.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앙등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달 금통위에서 콜금리 인상을 점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편에서는 환율급락과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점등을 이유로 콜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콜금리 전망에 고려될 수 있는 안팎의 여러 변수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5월 지방선거에 임박할 수록 콜금리 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때문에 2월 아니면 3월중에 1차례 콜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이달에 콜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한달 더 쉬어갈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 지표호전에 미국의 금리 추가인상설..콜금리 인상에 무게
작년 12월 서비스업 생산증가율은 6.5%로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매업생산은 4.4% 증가, 2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회복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다.
12월의 산업생산은 11.3% 늘어 두달 연속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유지했으며 설비투자는 13.1% 증가, 모처럼만에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회복했다. 작년 4.4분기 국내총생산이 5.2% 성장한데 이어 올해 1.4분기도 호조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할만하다.
올 1월 소비자물가는 1년전에 비해 2.8% 상승, 1월 기준으로는 2002년 1월의 2.6% 이후 가장 낮았다.
콜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줄만큼 지표상으로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한 편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도 콜금리 인상을 부추긴다.
지난달말 미국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연 4.50%로 끌어올려 우리 콜금리와의 격차를 다시 0.75%포인트로 벌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1~2차례 금리를 인상한 후 금리인상 기조를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요즘은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더 올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참여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부동산 가격 앙등 문제 등을 감안하면 이달중 콜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환율은 걸림돌
경기상황에 대한 반대의 시각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 "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가 반영된 경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2월 금통위에서의 콜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신 연구위원은 "고유가 등 대외악재가 국내 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는 만큼 관망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현상은 여전히 국내 경기에 부담을 주는 요소지만 환율급락에 관해서는 다소 분석이 엇갈린다.
이론적으로는 콜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지만 국내 시장여건에서 금리인상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환율에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의 주식매수 움직임이며 정책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 채권시장과 환율과의 상관관계는 낮은 편"이라고지적했다. 이러한 견해는 콜금리 인상이 환율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주장을 논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등 자산거품 현상 대응도 변수
박승 한은 총재는 올해초 신년사와 확대 연석회의 등에서 "과잉 유동성이 자산가격의 거품을 조장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한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회의에 박 총재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은이 콜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급등을 잠재우기 위해 측면 지원할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3일 거래소 주가지수가 40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등 주가조정이 계속되는가운데 콜금리 인상이 자칫 주가폭락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콜금리 방정식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5월 지방선거 피해 앞당겨 인상 가능성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박승 총재는 이달 회의를 포함, 2번의 금통위를 남겨두고 있다. 박 총재는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박 총재에게 남은 2번의 금통위 회의에서 콜금리 인상이 적어도 1차례는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게다가 5월 지방선거 시기가 다가올 수록 콜금리 인상의 기회는 더욱 좁혀지기때문에 2,3월중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시장의 기대가 2,3월에 쏠리게 되면 금통위로서는 불확실성을 속히 제거해야한다는 부담을 느끼면서 3월 대신 2월을 금리인상의 적기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작년 12월 콜금리를 연 3.75%로 인상할 당시 박 총재는 "12월과 2006년 1월을 놓고 고심했으나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12월로 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2월 금리인상론에 저울의 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