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회의 의미ㆍ내용] 이라크戰ㆍ내수둔화등 안팍악재 대응

정부가 사실상의 경기부양에 착수했다. 금리인하나 세제혜택 같은 본격적인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한 분위기는 부양쪽으로 잡아가고 있다. 재정, 즉 정부 돈을 빨리 풀어 경기부진에 대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양에 무게를 두는 경제정책 기조가 확인된다. 14일 열린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ㆍ이라크 전쟁 발발 같은 비상상황이 오면 바로 꺼내 들 카드도 마련했다는 점은 정부가 현재 상황을 조심스럽고 폭풍전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부양책은 새 정부 출범 이후 1ㆍ4분기 실물경제지표를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경기 최악=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사정이 부양책을 강요하고 있다. 우선 내수가 좋지 않다. 지난해 4ㆍ4분기의 도소매 판매증가율이 4.4%로 1ㆍ4분기(8.0%)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내수 둔화가 이어지며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 역시 지난 2000년 9.11테러 사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외생변수는 더욱 큰 골치거리다.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면 또 한차례 급등할 전망이다. 국내 물가와 무역수지에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돈 빨리 풀어 경기부양=그러나 정부는 좀 더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대 중국 수출과 IT수출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등 비관일색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적어도 2월까지의 경기 동향을 확인한 후에 부양책의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불안 요인이 잠복중인 점도 전면적인 부양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내수 위축 문제는 재정의 조기집행으로 대응하는 방법 외에 선택가능한 대안이 별로 없다”고 직접 언급한 점은 막상 뾰족한 부양 수단이 없다는 점을 압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결국 정부는 제한적인 경기 부양을 택했다. 이날 경제장관간담회는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설비투자용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그러나 경기부양이 필요하는 점에 대해서는 경제부처간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라크 전쟁 발발로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경우`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한국은행 일시 차입금이나 재정증권 발행 같은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점은 경기후퇴를 어떻게 든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본격적 부양책은 4월 이후=재경부는 일단 1ㆍ4분기 지표는 확인한 후 경기 부양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4월까지는 현재 기조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그 때에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단계적인 부양책이 예상된다. 굳이 이라크 전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재정증권 발행을 통한 재정의 과감한 조기집행, 가계대출 연장, 연기금 조기 투자 유도를 거친 후에 더 필요하다면 세제 감면, 금리인하 등의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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