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또 910원대로

정부의 잇따른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910원대로 주저앉았다. 또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원ㆍ엔 환율은 9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40전 떨어진 919원6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흘 만에 다시 하락하며 920원 밑으로 떨어진 것. 이날 환율은 921원50전으로 하락 출발한 뒤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에 따라 오전9시27분께 923원80전까지 올랐다. 이날 김성진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 2002년 이후 일본ㆍ대만 등에 비해 원화의 절상속도가 빠르고 올해 경상수지흑자 규모가 급속도로 줄면서 균형 수준이 예상된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상당 부분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기록한 월고점(924원)을 넘지 못하는 등 상승기조가 약화되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의 단기외화 차입에 대한 당국 규제설이 루머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선물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전날 종가(922원)까지 무너지자 은행권의 손절매도성 물량까지 나왔다.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간 점도 환율하락을 부추겼다. 달러화가 미국의 6월 서비스업지수 개선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원ㆍ달러 환율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746원10전을 기록하며 97년 9월3일의 744원80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외화차입 규제설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한 점이 오히려 손절매도를 촉발했다”며 “역외세력도 매도 우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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