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부가 건강한 사회 만들어요"

HD가족클리닉 최성애 원장
성격 차이보단 막말로 이혼까지
서로 먼저 고운말 건네보세요


"이를 닦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하듯 부부가 매일 감정의 찌꺼기를 처리하지 않으면 관계가 악화되기 쉬워요. 우리나라 이혼 사유 1위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 묵은 감정의 찌꺼기, 즉 막말다툼에 의한 심리적 상처일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혼 증가율 1위인 대한민국. 이혼사유로 성격 차이(46.6%)가 가장 많다는 최근 통계에 대한 5일 최성애(54) HD가족클리닉 원장의 진단이다. 최 원장은 "행복한 부부생활은 성격의 좋고 나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 관리법에 달려 있다"며 "이혼하는 부부를 보면 대부분 별일도 아닌데 서로 비난 섞인 말로 언성을 높여 싸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혼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이혼 대국 미국에서는 수십년간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 학계와 정부가 공동노력을 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부부클리닉에서 심리상담을 통한 성격 개조를 강요하고 심지어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고무몽둥이로 서로 화가 풀릴 때까지 욕하고 때리라는 식의 치료법까지 등장했지만 되레 관계가 악화되는 등 수많은 처방들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지역에서 부부의 관계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거두는 존 가트맨 박사의 '부부 감정 코치'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주목 받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가트맨 부부공인치료사이기도 한 최 원장은 "뇌 과학자였던 가트맨 박사와 그의 친구인 로버트 레벤슨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혼을 연구한 데는 30대에 이유도 모른 채 이혼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두 사람은 행복한 부부생활의 비결을 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트맨 박사와 레벤슨 교수는 부부 3,000쌍의 일상을 비디오로 녹화해 100분의1초 단위로 분석,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를 밝혀내 과학적인 치료법을 고안했다. 최 원장은 "두 사람은 불행한 부부는 성격 차이 혹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비난 섞인 말로 불행의 씨앗이 싹터 결국 원수가 되고 만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한 '행복수업(해냄 펴냄)'은 원수가 되기 전에 관계를 회복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부부가 존중하는 말을 하면 감정의 찌꺼기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게 가트맨식 치료의 핵심이다. 최 원장은 "가족클리닉을 찾아온 부부들이 3회 정도 치료를 하면 손잡고 나갈 정도로 관계가 호전된다"며 "부부 간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고운 말을 먼저 건네보라"고 조언했다. 그가 '행복한 부부 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가정이 사회의 미래라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최 원장은 "불화가 심한 부부의 과격한 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의 소변에 스트레스 인자가 다량 검출되고 행복한 부부의 아이는 인지능력과 정서발달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가트맨 방식은 기업에도 통하는데 긍정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생산력이 30% 이상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우리도 사회적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지고 이혼율이 급증하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미국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가트맨 부부치료와 자녀의 감정 코치를 도입해야 한다"며 "한번 높아진 이혼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지금 시작한다면 최소비용으로 이혼율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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