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왜곡된 복지 개념부터 바꿔야"

"온 국민 세금 더 내서라도 북유럽식 보편복지로 가야"


장하준(사진)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사회에서 왜곡된 복지의 개념부터 제대로 바꿔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복지의 의미를 부자에게 세금을 받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미국식 '잔여적 복지'로만 오해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탁아, 의료, 교육, 노후대비 등을 온 국민이 공동구매해서 가격을 낮추는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부자에게만 세금을 더 걷는 것으로는 안 되며 중산층을 비롯해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낼 각오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브라질 등 중진국보다 낮은 만큼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의 비전 자체가 모든 것을 시장에서 해결하자는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대안이 된다"며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힘차게 나아간다면 30년 후엔 스웨덴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복지포퓰리즘 논란과 관련해 장 교수는 진보와 보수 진영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진보 좌파 진영에선 '무상' '공짜'라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며 "저소득층도 최소한의 부가가치세는 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 우파에서도 '부자 복지'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낸 만큼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정치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에 대해선 국회에서 비준을 한 만큼 폐기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교수는 "한미 FTA는 해서는 안 되며 1등 국가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생각, 협상 초기부터 반대했으나 이미 현실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업자 재교육, 최저 생계보장, 주거 이전 보조 등 복지제도를 마련해 FTA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위한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피해 받는 산업의 생산구조를 재정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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