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내가 우선 행복해야 하고 사회에서 존경받는 것이 제가 내린 성공의 정의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구두 만드는 일에 뛰어들어 35년간의 구두인생을 걸어온 김원길(52ㆍ사진) 안토니 대표가 펴낸 자서전 '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 가 화제다. 중졸 출신의 제화공장 근로자에서 연매출 450억원대의 중소기업 오너로 자수성가한 김 대표의 인생역전 스토리와 더불어 요즘 젊은이들에게 멘토가 될만한 내용들이 듬뿍 담겨 있어서다. 그는 24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앞으로는 국내보다 세계 무대를 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18세에 가방 하나 들고 상경해 영등포의 작은 구둣방에서 일을 시작한 뒤 1994년 안토니를 설립해 직원수 200명의 제화 전문기업을 일궜다. 2011년에는 5년간 상표사용료를 지급하고 생산하던 '바이네르' 브랜드를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사들이는 쾌거도 이뤘다. 안토니(ANTONI), 바이네르(VAINER), 키노피오(KINOPIO) 등 컴포트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안토니는 전국 53개 매장을 두고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컴포트 슈즈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김 대표가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연탄가스를 마셔도 출근하는 성실함과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기술을 연마했다. 그는 "20살 때 '인생이란 내 앞에 놓여 있는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서 최고의 구두를 만들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구두 만드는 일이 천하다고 놀리던 친구 중에 아직도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거의 없다"며 "좋은 대학에 다니던 친구들은 이미 퇴직했지만 저는 세계 최고의 구두회사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 놓았지만 김 대표에게 시련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저를 보면 고생 전혀 안해본 귀공자 같다는 말을 하는데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며 "회사가 어려웠던 1990년대 중반에는 빚이 쌓여 '차를 몰고 한강으로 돌진해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돌아봤다.
김 대표의 목표는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만드는 것. 그는 "행복한 직원이 좋은 구두를 만든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탄탄한 제품력과 선진 경영으로 김 대표는 지난해 3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뽑혔다.
실제로 안토니는 높은 후생복리를 제공하는 회사로 이름이 높다. 직원들에게 승마, 수상스키 등 다양한 레포츠활동을 지원하며, 1억원이 넘는 벤츠 스포츠카를 회사에서 구매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등 패션산업 중심지로의 연수 기회도 제공한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1,000만원 지급한다. 성공을 위한 자극제가 되는 이벤트를 통해 말 그대로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인 셈이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지원도 항상 열심이다. 김 대표는 작년에 고액기부자모임(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해 1억원을 내기로 약정서를 맺었고, 지난 23일에는 국립 암센터에 회사와 자신의 명의로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자선단체에 물품을 보내는 등의 기부·봉사활동에 매년 5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더불어 훌륭한 사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비즈니스 꿈나무'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 10명의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4명의 골프 꿈나무에게 연간 2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대학은 꿈을 이루려고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일 뿐"이라며 "인생이 무엇인지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노력해 결실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