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동향과 전망=공산품은 50년전부터 협상을 통해 꾸준히 무역장벽을 낮춰 왔지만 농산물 분야는 UR협상때 처음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장벽이 높아 협상종료 당시 99년말부터 서비스분야와 함께 재협상을 약속했었다.각국은 현재 협상의 의제·방법·기한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으며 오는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제3차 WTO 각료회의를 시발로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농림부는 개방으로 인한 국내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1일부터 WTO 협상 동향을 알리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도별 순회설명회에 나섰다.
이번 협상은 농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을 얼마나 줄이고 시장개방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부상되고 있다.
미국과 케언즈(CAIRNS)그룹 등의 수출국들은 관세의 대폭인하등 농산물도 공산품과 같은 수준으로 무역자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스위스, EU 등의 농산물 수입국들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들어 농산물 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추가 자유화보다는 기존협정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보고있지만 1차산업이 많은 만큼 수출국에 가까운 입장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장 민감한 쌀에 대해 UR협상때 수입쿼터를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4%까지 늘리는 대신 수입제한(비관세장벽)을 풀지 않기로 했고 그 이후 문제는 2004년에 재론키로 한만큼 일단 논의자체를 피할 예정이다.
또 2005년이후에도 쌀의 수입제한은 계속돼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역시 식량안보를 들어 쌀에 대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던 일본이 지난해 자발적으로 「관세화」로 전환함에 따라 우리주장을 그대로 관철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쌀 수입을 제한하는 나라가 실질적으로 우리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부문은 관세감축의 규모와 우리나라의 개도국 인정여부. 지난 UR때엔 선진국은 6년에 걸쳐 관세를 평균 36%,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도국은 10년에 걸쳐 평균 24%를 감축키로 했었다.
국영무역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규율을 강화하자는 수출국의 주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의 경우 쌀은 조달청, 참깨·콩·마늘·고추는 농수산물유통공사, 전분과 맥주보리는 농협, 옥수수와 꿀은 축협, 쇠고기는 축산물유통사업단 등이 국영무역기관으로 지정돼있다.
보조금 부문은 가격지지나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줄이되 직접지불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는만큼 고통이 덜 한 편이다.
수입국과 수출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만큼 협상이 어떻게 결론날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하기가 쉽지않다. 다만 개방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지난 UR때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관세가 감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보면 외국 농산물 수입의 증가도 불가피하다. 평균 관세가 감축될 경우 주 대상은 지난 UR때 「관세화」로 전환돼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UR당시 관세화한 옥수수·콩 등 60여개 품목은 시장규모 초과 여부에 따라 10.7~373%의 이중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면 UR협상당시 이미 개방된 농산물 품목은 현재 공산품 평균 관세 7.8%보다 높은 평균 17.6%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실정에 맞게 품목별로 신축적이면서도 적절하게 관세를 조절하기 때문에 타격은 상당히 완화되고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쌀문제의 경우 2004년이후에도 수입제한을 유지하려면 쿼터량을 더 늘려야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정부와 농업계의 대응=전세계가 시장기능과 무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나라가 WTO회원국으로 있는만큼 이번 협상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에따라 정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제적으로 입장이 비슷한 나라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EU 등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적극 주장, 개방폭을 최대한 줄여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또 「쌀 직불제」 등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우리 농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시장의 점진적인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과채류를 중심으로한 국내농산물 수출이 늘고있고 동북아 주요국들에 대한 농산물 수출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여 기대되는 측면도 상당하다.
농림부 최용규(崔龍圭)국제농업국장은 『WTO 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범국민적인 합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현환기자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