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 "가계부채 증가세 계속" 더 멀어진 추가인하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1.75%로 2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호재기자

8조5,000억원(4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라는 전례 없는 숫자에 놀란 것일까.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2개월째 금리를 1.75%로 동결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지난 4월에는 금리인하 소수의견(1명)을 내고 "금리방향은 경기지표에 달려 있다"며 인하와 동결 가능성을 50대50으로 정확히 갈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1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유지하면서도 "경기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인하 기대감을 다소 낮췄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자산시장 회복, 심리개선 등을 중점 거론하며 지난달에 비해 경기를 한층 밝게 진단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금리동결 배경으로 경기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첫째로 꼽았다. 그는 "개선 흐름의 지속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점,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금리방향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경기지표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전반적인 톤은 이전보다는 다소 매파적이었다. 특히 급증하는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감이 컸다. 이 총재는 "올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일 것 같은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리를 두 차례 낮출 때 "줄어드는 인구구조, 약화된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180도의 변화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도 지난달에는 "가계대출이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지만 이달에는 '크게 상회'라고 변화를 줬다.

이외에 추가 금리인하의 최대 근거로 부상한 수출부진에 대해서도 "환율보다는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리인하로 환율을 띄워(원화 가치 하락) 수출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시장은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를 중립적이기는 하지만 매파적 성향이 다소간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신흥섭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부진에 대한 경계감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가계부채 증가세와 내수가 좋아진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전체적으로는 금리 인하·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지만 다소 매파적"이라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이번에 금리인하를 안 해도 다음에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이번에는 이 총재의 발언 등으로 미뤄 '다음에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2개월 연속 나온 점, 자산시장의 온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지고 있지 않는 점 등에서 추가 인하의 문을 닫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통화정책 방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도 금리인하론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승인액이 급등하는 등 마이크로 데이터가 좋아졌지만 수출·고용 등 매크로 데이터는 여전히 안 좋아 전체 경기는 그야말로 회복 '조짐' 상태에 불과하다"며 "지표들이 추가로 안 좋아진다면 금리인하 압력이 커지며 추가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연구원도 "추후 경기지표가 안 좋게 확인돼 정부 차원에서 추경이 추진된다면 금리도 추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재는 최근 급등락하는 채권시장에 대해 "불안정성이 심화하면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시장안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주택금융공사 출자에 한은도 참여하기로 했으며 시기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상황과 증액 시기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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