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마쓰시타, 동지가 아니고 적이었나

'적에서 동지로, 다시 적으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특허를 놓고 최근 전면전에 들어간 LG전자[066570]와 마쓰시타 양사의 묘한 `협력 속의 대립' 관계가 눈길을 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자사의 주력 가전으로 `세계 1위' 상품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에어컨 분야 등에서 마쓰시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LG전자는 2001년 1월 세계 1-2위를 다투던 마쓰시타와 에어컨 분야에서 포괄적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후발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에어컨의 판매, 생산기술, 부품구매, 연구개발(R&D) 등 핵심분야 전반에 걸쳐 글로벌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에어컨 시장동향 및 기술개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기술, R&D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LG전자는 저원가 제품 설계력과 생산기술 분야에서의 자사 강점과 핵심부품 및요소 기술에서 마쓰시타의 장점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시스템에어컨 기술 분야에서 마쓰시타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받었고, 소형 에어컨용 컴프레셔를 마쓰시타에 납품하고 산소발생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회사는 해외마케팅에서도 지역에 따라 강점이 있는 회사의 가전제품을 서로공급받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북미시장에는 LG전자가 한국 등에서 생산한 전자레인지를 마쓰시타에 공급하고,동남아시장에는 마쓰시타가 현지 공장에서 만든 에어컨을 LG에 공급하는 식이다. 2000년부터는 DVD 로더(Loader)용 IC칩 분야에서 제품개발 단계부터 협력하고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는데, 개발은 함께 하고 생산은 마쓰시타가 맡아 LG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계 때문에 두 회사는 이번 PDP 특허분쟁이 적잖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쪽에선 싸우고 다른 한 쪽에선 손을 맞잡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지난 2일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나눠준 보도자료에 `마쓰시타가 PDP특허뿐 아니라 컴퓨터 관련 특허도 침해하고 있어 대응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가 곧바로 삭제한 것에서도 그같은 고민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두 회사는 특허분쟁과 상관없이 일단 협력사업은 그대로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상황이 더 나빠지면 다시 `적'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마쓰시타는 `PDP 특허소송은 LG전자 본사가 아니라 LG 일본법인을 상대로 한 것으로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며 "협력사업처럼 PDP 분쟁도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잘 풀릴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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