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헝그리 정신'이 가난하고 못 배운 날 변화시켰다


장사로 최고 되겠다는 일념으로 숱한 실패 끝에 오늘의 형지 설립

'여성에 옷 스트레스 없애겠다' 3050세대에 캐주얼 브랜드 선봬

기존 생각 뒤집는 창조로 성공가도

희망을 잃은 청년들에 필요한 건 남보다 반 보 앞선다는 마음가짐


서울 동대문시장 구석 1평(3.3㎡)짜리 가게에서 옷을 팔면서도 브랜드 의류 사업을 꿈꿨다. 시장 옷이라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여성 캐주얼 브랜드 '크로커다일 레이디' 등으로 미시·중년여성을 공략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6월에는 60년 전통의 국내 대표 제화 브랜드 에스콰이아를 인수했다. 최병오(62·사진)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오로지 '장사로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과 포기를 모르는 헝그리 정신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믿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특강에서 최 회장은 "이제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헝그리 정신은 어릴 때 가난하고 못 배운 나 자신을 바꾼 말"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고향인 부산 사하에서 석회공장을 운영한 최 회장의 부친이 갑작스레 작고한 후 마을에서 손꼽히던 부잣집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최 회장은 청소년기 '극과 극의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가진 것 없는 신세에 장사가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던 그는 1970년대 초 19세의 나이에 페인트 가게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실패. 1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한 후 동서의 제안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 지역의 한 제과점을 인수했다. 그는 "제과에 문외한이었지만 '좋은 빵만 팔겠다'는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했다"며 "당시 길거리에서만 팔던 일본 과자 센베이를 고급화한 역발상도 단기간 이룬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1982년 동대문시장에 입성했다. 손님의 발길이 뜸한 상가 골목에 자리 잡은 탓에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1평짜리 가게를 운영한 최 회장은 당당히 의류 브랜드화를 목표로 부산 지역 시장까지 돌며 외판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시장 옷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표등록을 하고 옷에 품질인증 태그를 여러 개 다는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잘나가던 사업은 1993년 어음 부도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어릴 때 혹독하게 권투 연습을 할 때 '이 순간만 참아라'라는 코치님의 말이 부도 당시 지탱해준 힘이 됐다"며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누구의 지적도 예사로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도 후 사업을 재개하면서 지은 이름이 불같이 일어난다는 의미의 '형지(熒址)'다. 최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여성들에게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주겠다'는 포부를 역발상으로 현실화했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판매권을 사는 데 부도로 얼마 남지 않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는 "3050세대 여성들을 위한 캐주얼 브랜드는 새로운 시장이었다"며 "창조도 거창한 것이 아닌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남다른 '사업 DNA'를 타고났다고 표현한 최 회장은 "평생 남보다 반 보 앞선다는 영선반보(領先半步)를 신조로 삼고 있다"며 "희망을 잃은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6~7년간 꾸준히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한 최 회장은 회생 절차를 끝낸 에스콰이아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형지와 에스콰이아는 창립일(9월21일)이 같다. 그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 경영"이라며 "60년 전통의 에스콰이아에 한가족처럼 정성을 쏟아 100년 기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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