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도 높아져 가는 메르스 정보 공개 목소리

-남경필, “메르스 감염 심각한 병원 이름 공개해야”
-유승민, “적절한 수준의 정보공개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해달라”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정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5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기도에서 가장 (메르스 발병이) 심각했던 병원의 이름을 밝힐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감염의 경로들을 보면 한 병원에서 대부분이 일어났다”며 “이것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협조를 받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의 이 같은 주장은 정부가 4일까지 고수해온 병원 실명 비공개 원칙과 배치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진료를 받은 병원에 낙인이 찍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인근 주민을 두렵게 할 수 있다며 메르스 환자 관련 병원 비공개 방침을 고집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메르스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는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적절한 수준의 정보공개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해주시길 바란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의료계 출신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 당도 메르스 정보 공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 말에 동의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정보 공개 여부는 국회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특위에서 더 논의해보고 건의할지도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날 정부는 여권 내 요구를 의식한 듯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병원 1곳의 이름을 공개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평택성모병원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41명의 메르스 환자 가운데 30명이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다. 자진 신고 방식으로라도 평택성모병원을 거친 모든 사람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되자 결국 비공개 방침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완강했던 정부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는 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정보 공개 요구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만큼 결국 기존의 병원 비공개 방침을 파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