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이젠 국내 큰손이 사들인다

오피스보다 수익률 최소 1~2%P 높아 짭짤
올 국내기관 1855억 베팅… 외국계 10배 달해


물류센터 등 물류 부동산 시장에서 국내 기관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오피스 매물이 많지 않은데다 수익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물류센터가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기관은 경부종합물류센터(하나자산운용·사학연금)와 휴메드(쿠팡) 등 물류센터 두 곳을 사들였다. 현재 김포의 티제이물류센터, 안성의 에버게인 등 두 곳은 리츠 자산운용사들의 매입이 마무리 단계다. 반면 외국계는 싱가포르계가 매입한 이천의 다코넷물류센터 단 한 곳이다.

이에 따라 올 1~6월 국내 기관은 총 1,855억원을 물류센터에 투자했으며 외국계 기관은 175억원에 그쳤다.

◇외국계에서 국내 기관 중심으로=국내에서 물류센터를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 미국계 물류 전문 투자자인 프롤로지스가 국내에 진출해 덕평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사들인 것이 물류센터 투자의 효시다. 이후 미국계인 AMB도 인천공항 물류센터에 투자하며 국내에 진출했고 알파인베스트먼트·아센다스 등도 물류센터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메이플트리 등 주로 싱가포르계 자본들이 물류센터를 사들였다. 당시 프롤로지스와 AMB가 한국을 떠나며 내놓은 물건을 사들인 곳도 싱가포르계 투자자였다.

이처럼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물류 시장에서 국내 기관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실제 2011년만 하더라도 국내 기관의 물류센터 투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당시 거래된 물류센터 2곳은 전부 외국계 기관이 사들였다. 실제 2011~2014년 4년간 전체 거래된 물류센터 16곳 중 75%인 12개를 외국계 기관들이 매입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국내 기관이 적극적으로 물류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국내 기관들이 사들인 물류센터는 모두 외국계 기관을 제친 것이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부종합물류센터와 휴메드는 모두 국내와 유럽계 기관이 경쟁을 벌였으나 국내 기관들이 10~15% 정도 비싼 가격을 써내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현 티알코리아 물류컨설팅사업부 이사는 "그동안 국내 기관들이 물류센터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수익성은 높지만 안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물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이처럼 국내 기관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오피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수익률(Cap Rate·캡 레이트)은 5.1% 수준이다. 반면 올해 거래된 경부종합물류(7.05%), 다코넷물류센터(9.36%), 휴메드(7.80%) 등의 수익률(Gross Yield·그로스 일드)은 7~9.5% 수준이다. 그로스 일드에서 제반 비용 약 0.5%를 제외하더라도 캡 레이트는 최소 6.5~9% 수준이다. 오피스 대비 최소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이다.

박홍수 세빌스코리아 물류팀 부장은 "대기업 임차인을 확보한 물류센터의 경우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도 보장되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연기금들의 물류센터에 대해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커머스를 비롯해 리테일 형태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는 점도 물류센터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때 국내에서 아웃도어가 주목을 받으면서 물류센터 투자가 활발했으나 최근에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와 소셜커머스 등으로 물류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실제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휴메드 물류센터를 1,400억원에 선매입했으며 벤츠·BMW 등도 국내 외제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류센터를 확장하거나 새로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 진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아마존이 국내에 상륙할 경우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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