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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17일 영수회담은 '경제 활성화'에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공식 석상에서 27개월 만에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박 대통령을 다시 만난 문 대표는 큰 틀에서는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동의했으나 차기 대권주자로의 면모를 과시하듯 잘못된 정부의 경제정책은 조목조목 따지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집권 3년차 최대 과제를 경제 활성화로 삼고 있는 박 대통령과 '유능한 경제정당'을 강조하는 문 대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한 민생경제 회복을 다짐하면서도 세부 방안에서는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기싸움을 벌였다. 즉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달성해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박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로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문 대표의 자존심 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도 양측의 사이에서 집권 여당 수장으로 정부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야당을 견제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서 양당 대표를 만난 박 대통령은 문 대표에게 "취임하신 후 정식으로 뵙는 건 처음이다. 축하한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이어 박 대통령은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소개하며 "제2의 중동붐, 제2의 한강기적으로 이어져 경제도약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동 순방 성과에 대한 평가 후에는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 논의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에게 먼저 발언기회를 줬다. 문 대표는 "성과가 많았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며 말을 이었다.
문 대표는 작심한 듯 경제 파탄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공약이 파기됐다. 수출 중심 경제의 결과"라며 "장기간 계속되는 심각한 내수부진에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비판했다. 문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금리인하와 같은 단기 부양책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가계 가처분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전환해 4대 민생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최저임금을 올려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고 급여 생활자의 유리지갑을 터는 것이 아닌 법인세 정상화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체계 구축을 주장했다. 아울러 전월세 값 폭등으로 서민고통이 크다며 세입자 주거난 해결에도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 여력을 확대해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기업들의 매출이 확대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이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경제 활성화 관련 30개 법안 중 미처리된 9개 법안, 청년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 등을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여야가 협상을 통해 법안 처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의 발언에 경제 살리기라는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구조개혁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강조했고 문 대표는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 법제화, 전월세상한제 도입, 법인세 인상 등에서도 이견을 확인했다.
문 대표는 남북관계도 경제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경협은 전 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 활로도, 대통령이 말한 통일대박의 꿈도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면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