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 살리기' 정부가 직접 시행 국토부 "이행거절은 충분한 계약 해제 사유" 경남도 "의무 게을리한 적 없다…이해안가"
입력 2010.11.15 17:40:56수정
2010.11.15 17:40:56
국토해양부가 15일 경남도에 낙동강 공사 대행사업권을 강제 회수한다고 공식 통보한 데 대해 경남도가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이행거절'이 대행협약을 해제할 충분한 법적 근거가 된다는 판단인 반면 경남도는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가 폐기물 매립, 문화재 조사, 보상 진행 등이어서 의무를 게을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더는 못 기다려"=정부가 지난 7월 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명의로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8월6일까지 4대강 사업을 계속할지, 대행 사업권을 반납할지 답변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석 달 가까이 지난 10월26일에야 '낙동강사업 조정 협의회' 구성을 제안한 것은 사업 시기만 지연하겠다는 전략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경남도는 2009년 협약을 체결하고 나서 수차례 방문 및 문서 협의를 통해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지사가 바뀌었다고 국가와의 계약 사항을 모두 재검토한다면 어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과 부산지방청장 등이 5차례 도를 방문해 협의했고 사안이 생길 때마다 문서로도 5차례 협의했으며 주민설명회도 거쳤던 만큼 충분한 논의 과정을 밟았다는 게 국토부 주장이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주 사업권 회수를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등의 일정을 고려해 통보 시점을 늦췄으며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이 최대 쟁점이 되는 상황임에도 공사 시기를 맞추려면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법적 검토도 끝냈다. 협약서 자체에는 명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민법 등에 기초할 때 의무를 게을리한 것은 충분한 계약 해제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이날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관 지사가 투자유치 활동을 위해 해외 출장 중이어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국토부에 알렸음에도 사업권 회수를 통보한 것은 경남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시의적절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토부에서 말한 대행협약 해지 사유도 협약서상 해지 사유가 되지 않으므로 경남도는 의연하고 당당하게 이 상황을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지사는 이어 사견임을 전제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지방자치단체에 맡긴 사업을 정부가 전격적으로 다시 회수해간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신공항 문제 등에 대해 결정과 입장 정리를 요청했지만 지방 간 갈등만 부추기거나 외면한 정부가 유독 낙동강사업에 대해서만 이렇게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사회적 갈등 커질 듯=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낙동강을 끼고 있어 사업 추진을 원하는 도내 일선 시군과 경남도의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지역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낙동강살리기 경남도 범도민 협의회는 이날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도가 민주도정협의회 등 이상한 단체를 만들어 낙동강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도민들은 더 이상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태를 동의 할 수 없어 이번 정부의 사업권 회수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두현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상호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로 사업권을 회수하려고 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민노당과 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 등 경남 3당과 공조해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경남ㆍ충남ㆍ충북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간에 내부 갈등을 겪고 있어 이들 지자체의 입장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사업권 회수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