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두 (김지하 지음, 화남 펴냄)
노 사상가도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붉은 악마`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유월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젊은 세대들이 12월 또다시 광장에 나타나자 이를 `신문명의 서곡`으로 예찬하고 있다.
`화두`는 지난 1년새 일어난 20~30대 젊은이들의 활약을 통해 새로운 문화, 새로운 문명을 원형을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김 시인은 이 책에서 “ 붉은 악마는 들끓는 불이고 촛불은 달빛”이라며 “그런데 불이 물이 되고 양이 음이 되면서 새 문명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오히려 서로 모순적인 두개의 운동이 김 시인이 일관되게 찾고 있던 변증법의 통일의 원리, 후천개벽의 태극궁극 사상의 맥락과 닿아 있다고 판단한다. 김 시인은 “젊은 세대는 국수주의자가 아니지만 민족을 사랑하고 세계주의자는 아니지만 전지구적인 개방 사회를 지향한다”며 “(시인과) 비슷한 또래의 지식인들이 죽어도 받아들이지 못한 이 역설을 그들은 생득적으로 받아들이고 익힌다”고 감탄한다. 나아가 그는 젊은이들이 서 있는 디지털 세계의 이분법적 체계가 생명과 영성의 무의식적 운동, 참선의 이중운동, 우주의 진화와 인류의 뇌수과학에서 보여주는 원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모든 운동은 이중적이고 바로 카오스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모두 3부로 나누어져 총 11편의 글이 실려 있는 이 책은 미발표 신작 원고 `촛불`과 지난해 대학 강단과 사회단체, 공공기관에서 행한 강연, 대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