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추가 지원 난색… '식량위기' 고조

[유엔 FAO 식량안보회의 개막]
참가국들 경기침체·재정난에 회의 결과물 빈약할듯
디우프 총장 "농산물값 급등땐 최악 위기올것" 경고


전세계 10억명의 굶주리는 이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국제연합(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주최하는 식량안보회의가 16일부터 로마에서 열렸다. 하지만 국제 구호단체들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체력이 약해진 각국 정부가 지원금을 더 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FAO는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최악의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식량안보회의 발표문 초안을 인용, 각국 대표들이 식량문제 해결에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을 더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자크 디우프 FAO 사무총장은 참가국 대표들에게 연간 440억달러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왔지만, 경기침체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참가국들은 꿈쩍도 않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옥스팸이나 액션에이드 등의 국제 구호단체는 이번 식량안보회의에 대해 "시간낭비"라며 외면하는 표정이다. 액션에이드의 자원봉사자인 프랜시스코 사르멘토는 "각 국 정부들은 새롭게 결단을 내리지 않은 채 기아를 방치할 것"이라고 냉소했다. 회의의 결과물은 빈약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전지구적 식량난에 대한 우려는 커져 가고 있다. 디우프 총장은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농산물 가격이 급속히 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면 식량난의 모든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디우프 총장은 로마 식량안보회의를 앞두고 24시간 단식농성까지 벌여가며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회의의 발표문 초안에는 2015년까지 기아 인구를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만 명시됐다. 이를 위해 각국이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80년 FAO 회원국 GDP의 19%를 차지했던 농업은 2006년 3.8%까지 급락한 상태다. FAO는 특히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지원을 중점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74년과 1996년, 2002년에 이어 제4회를 맞은 FAO 식량안보회의는 지난해 원자재가격 상승을 이유로 예정보다 빨리 개최됐다. 쌀과 밀, 옥수수, 콩 등의 가격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세계 식량공급의 20%를 담당하는 밀 가격은 2007년부터 2008년 3월 사이 두 배나 상승, 아이보리코스트나 아이티 등의 국가에서는 식량난으로 인한 시위까지 벌어졌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