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5월 18일] 환율 유감(遺憾)

최근 환율이 다시 하락하면서 외환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업들도 환율 하락에 따른 손익을 계산하며 죽겠느니 살겠느니 아우성이다. 글로벌화된 상황 속에서 환율이 국민 경제의 중요한 대외변수 중 하나가 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가지 유감인 것은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환율은 국가 간 화폐의 교환 비율이니 만큼 손실을 보는 자가 있으면 이익을 보는 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환율이 떨어져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면 외화를 지출해야 하는 수입기업이나 해외 여행자, 송금자들은 반대로 이익을 보게 된다. 국민경제적으로도 환율 하락은 수출 감소를 가져 오지만 수입 제품의 국내 가격이 떨어져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 효과는 대기업들의 수출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환율하락에 따른 원가상승 요인을 상쇄한다. 이처럼 양면성을 가진 환율 변동에 대해 정책당국이나 일부 언론들은 너무 한 가지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수년 전만 해도 원ㆍ달러 환율은 1,100~1,200원선에서 안정됐었다. 지금의 환율 수준도 어떻게 보면 다시 원래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크게 한쪽으로 쏠렸던 균형추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환율 수준 자체가 아니라 급격한 환율변동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얘기다.하지만 환율제도가 바뀐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헤지 하나 제대로 못해 허둥대는 기업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거시정책적 균형감각 없이 기업들의 말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외환당국을 보면 더욱 그렇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기존의 시장평균환율제도에서 지금의 변동환율제도로 전환했다.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한 IMF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기는 해도 이 제도가 주는 장점들을 많이 고려한 결과였다.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금리 변동 등 해외 변수의 변화로부터 국내 시장의 거시 변수들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일군다는 원대한 밑그림도 그렸었다. 사실 강한 통화 없이 역내 금융 중심지가 되겠다는 꿈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ㆍ일본이 겉으로는 상대방 통화의 약세를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강한 통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