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스위스)과 벨킨(미국) 등 유수의 글로벌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IT 주변기기 시장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기업이 있다. '아이루(iroo)'라는 자체 브랜드의 스마트기기 케이스를 내세워 그간 외국 브랜드 일색이던 국내 업계에 '토종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은 올해 창립 3년차의 '겟엠'이다. 지난 25일 경기 부천시 대우테크노파크 소재 본사에서 만난 한규웅(42·사진) 겟엠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스마트기기의 보급률이 높아지며 케이스와 파우치 등 회사 주력 제품의 수출도 활기를 띄고 있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무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주변기기 업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겟엠의 스마트기기용 가죽케이스는 국내 주요 관련숍에서 판매량 '톱'을 기록하는 인기 제품이다. 한 대표는 "지난 4월 출시한 아이패드2용 가죽케이스는 현재까지 매달 4,000~5,000개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벨킨과 같은 외국 브랜드 제품이 1달에 1,000개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겟엠의 아이루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려한 유선형의 몸체와 오렌지, 핑크, 퍼플 등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보기 힘든 화려한 칼라의 독특한 디자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디자인 소품이 될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제품을 직접 디자인한 한 대표는 "누가 봐도 '이건 아이루 제품'이라고 할만한 브랜드 고유의 콘셉트를 만드는데 주력했다"며 "미적으로도 뛰어날 뿐 아니라 손에 잡았을 때 편안함을 느끼도록 그립(grip)감을 높이는 등 사용에 편리한 디자인까지 갖춰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겟엠 제품은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디자인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겟엠 제품이 판매되는 곳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를 비롯해 일본과 태국, 프랑스와 독일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이미 국내와 비슷한 수준인 월 20만 달러의 매출을 수출로 거두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세계시장은 가격보다는 제품의 질을 더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이 대세"라며 "그 동안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지배하던 중국산 보다는 가격보다 성능에 초점을 맞춘 한국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바이어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주문자표시생산(OEM) 방식의 값싼 파우치를 마다하고 "왜 한국산은 없냐"며 고가의 국내 제조 제품을 찾을 정도다. 사내에서 제품 디자인을 도맡아 하는 한 대표지만 사실 그는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다. 대신 창업 이전 10여년 동안 인쇄업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실무 경험이 시장에서 먹힐만한 제품 디자인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의 명함에는 '대표'가 아닌 '겟엠 디자인 실장'이라는 직함만 적혀있을 정도로 한 대표가 디자인 업무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현재 겟엠은 갈수록 늘고 있는 제품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월 1만개 수준인 파우치와 케이스 등 주요 제품 생산 능력은 향후 3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모바일 제품을 한번에 수납할 수 있는 신제품인 멀티 파우치와 크로스백을 내놓고, 새롭게 미국 시장을 뚫는데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30억원대로 예상되는 매출은 지금의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1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한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변기기 전문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한 대표는 "일본 버팔로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OEM 제의가 많지만 모두 거절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수익을 생각하면 OEM이 좋은 방법이지만,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는 독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당장 힘들더라도 천천히 갈 생각"이라며 "적어도 로지텍 같은 주변기기 전문 업체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