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LG의 반도체통합 협상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전경련은 지난 6일 LG 구본무회장의 청와대 방문과 지분 100% 매각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순수한 具회장 개인의 결단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손병두부회장은 6일 LG의 반도체사업 포기결정이 발표된 직후 『具회장의 청와대 방문사실은 물론 LG의 입장변화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5대그룹 구조조정과 빅딜(대규모 사업교환)협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중개자역할을 해온 孫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양측의 극적인 합의과정에서 전경련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孫부회장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업계에선 전경련이 통합의 「공로」를 청와대로 돌리려는 제스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종합의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역할을 하고 막판에 발을 뺐다는 의미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문은 김우중회장의 외국출장. 金회장은 반도체통합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지난 3일 미국과 유럽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金회장은 양 그룹총수와 접촉과정에서 통합성사를 낙관할 만큼 상황진전이 이뤄졌음을 확인, 홀가분하게 출장길에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편 7일 현대와 LG의 그룹구조조정본부장과 반도체부문 경영진 등이 참가하는 1차 실무협상을 중재한 전경련은 앞으로도 통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