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공전… 부작용 속출] 정부 R&D공모사업 시작조차 못해 지하철 9호선·경부고속철 2단계등 17일 넘기면 지자체추경 불가피
입력 2004.12.12 17:28:21수정
2004.12.12 17:28:21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려던 정부 공모사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동절기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하면 지하철 공사도 중단될 수 있습니다.”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의를 늦추면서 정부 관리들은 울상이다. 내년 사업집행을 위한 각종 계획을 짜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이 지자체 예산 기한인 오는 17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항목은 지자체 보조사업. 국회 심의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이 확정돼야 지자체에서 지방비를 확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은 아직 내년 투자규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은 서울시와 철도시설공단이 각각 예산의 60%와 55%를 담당하도록 돼 있는데 예산 배정이 늦어져 차질을 빚고 있다. 국도건설사업도 구간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추진 중인 9대 지역산업진행사업(총 3,600억원)도 중앙정부 사업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10년간 추진될 예정인 부산 신항만 개발사업(4,500억원)도 내년 계약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차상위 아동 17만명에게 의료급여를 확대하기 위해 편성한 373억원 집행도 힘들 전망이다. 예산안 통과가 늦어진 올해에도 이 같은 부작용은 여실히 드러났다. 복지부의 사회복지관 기능보강사업(지방비 비중 70%)은 지자체 추경이 늦어지자 7월 말까지 집행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지자체와 연계된 사업뿐 아니라 정부가 신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추진하려던 각종 ‘공모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이달 중에 신규 사업자를 공모하려던 산자부의 특정 기초연구사업(670억원)과 우수연구센터(722억원) 등이 선정작업을 못하고 있다.
예산안 공전으로 이공계 대학의 연구능력 배양 및 인력양성 지원작업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올해도 과기부의 핵심연구개발사업이 연구과제 공모 및 평가ㆍ선정이 지연되면서 1ㆍ4분기 중 집행이 전혀 안됐으며 7월 이후에 협약을 맺고 연구비가 지원됐다.
구체적인 예산 세부내역이 확정되지 않은 총액계상 예산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산자부가 추진하는 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3,450억원)과 농림부가 추진 중인 밭기반정비 등 6개 사업의 경우 세부사업을 확정하지 못한데다 부처별 협의과정이 늦어져 예산심의 지연에 따른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동절기 일자리 창출 사업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산자부가 추진 중인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사업의 경우 사업공고 및 연수기관 선정이 지연되면서 3월 말 이후에나 연수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총 6,000명을 선발하려던 계획은 1분기 동안 85명을 뽑는 데 그쳤다.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면 정부의 국채발행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국회 예산이 늦게 통과되면서 올 한해 동안 수시로 예산배정을 수정했다”며 “각 부처 공무원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준비도 못한 채 국회의 예산 통과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