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18명 교수들이 풀어가는 삶의 문제

■서울대 명품 강의(최무영 등 지음, 글항아리 펴냄)


서울대 교수들의 강의를 모았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기획한 강좌‘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한 사회적 상상력과 교양’의 내용을 묶어낸 것이다. 김광억 인류학과 교수를 비롯해 민경환 심리학과 교수, 박삼옥 지리학과 교수, 우희종 수의학과 교수, 윤순진 환경대학원 교수 등 18명의 교수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18가지 주제는 과학에서부터 역사, 철학, 생명, 가족, 민족, 감정, 민주주의, 공동체, 통일, 소수자, 이념, 세계화, 정치, 양극화, 환경, 경제, 지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18가지 주제를 풀어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전경수 인류학과 교수는 ‘가족과 사회-한국 가족제도와 가장의 반란’이라는 주제를 통해 가장 개념이 사라지기 직전에 처한 현대에 가장의 존재 의미를 재조직하고 실행하게 하는 역사적ㆍ문화적 논리를 전개해 가족 문제를 고민하게 해준다. 정용욱 역사학과 교수는 ‘역설의 한국 현대사, 그 인식과 계승’에서 하버드대 교환교수 시절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설립자의 인종차별 전력이 드러나 학교 이름이 바뀐 일화를 들려주면서 역사를 계승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민경환 교수는 사전에 수록된 434개의 감정단어를 소개한 뒤 불쾌함을 나타내는 감정단어가 긍정적인 단어보다 왜 더 많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런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감정심리학의 중요한 이론들, 안면 피드백 등을 소개한 뒤 감정생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소개한다. 최무영 문리천문학부 교수는 과학이란 무엇이고 과학과 기술의 차이는 어떤 것인지, 또 이론과학의 입장에서 보는 생명의 의미, 기술을 관찰하는 2가지 관점 등을 들려준다. 그는 과학에서도 논리보다는 상상력이 우위에 있다며 과학이 빠질 수 있는 형식논리의 한계도 짚어준다. 이남인 철학과 교수는 철학적 입장에서 최근의 통섭 논의가 갖는 문제점, 실증주의의 오만 등을, 윤순진 교수는 1억2,000만년 동안 저축한 화석연료를 300년만에 소비해버리는 지구의 현실도 살펴본다. 김세균 사회과학연구원 전 원장은 “우리의 사회적 삶과 관련되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그 분야의 학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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