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긴 수험생] 환경미화원 아들 376점 기염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많았다.○…소녀가장으로 혼자 집안을 돌보는 힘든 생활속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金庚辰양(18·한양대 사범대 부속여고 3년). 金양은 이번 수능시험에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321.9점을 얻어 기쁜 표정. 金양은 지난 96년 1월초 불의의 교통사고로 지금까지 의식불명인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 아버지와 하반신 마비로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지극히 보살피면서 학교에서 시상하는 각종 효행상뿐 아니라 교육감 표창상을 받는 등 교내에서는 「효녀 심청이」로 통한다. ○…인천 계산고 김홍일(金弘溢·18)군은 20평 남짓한 전세집에서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의 짐을 덜기 위해 공립대학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해 376.2점을 획득. 과외 한번 받지 못했지만 고교 진학 후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은 金군은 서울대 원자력 공학과에 특차지원한 상태. ○…지난 96년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파산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는 바람에 등록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를 극복하고 이번 수능시험에서 비교적 우수한 결실을 거둔 兪在斌군(18·광성고 3). 兪군은 빚쟁이들의 독촉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방과후 집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대입수능시험에 대비하는 등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고 학교수업에 충실한 결과, 335.2점을 당당히 획득. ○…올 수능시험에서 0점을 맞은 응시생은 모두 28명. 이는 지난해보다 1명 늘어난 것. 영역별로는 수리탐구Ⅰ영역에서 0점 처리된 수험생이 3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언어 38명, 외국어 24명, 수리탐구Ⅱ 22명 등의 순. 답안지별로 보면 전체 0점 답안지 456장 가운데 완전백지는 114장이었고 나름대로 성실히 문제를 풀었으나 「완벽하게」 정답을 피해간 경우는 수리탐구Ⅰ의 331명을 포함해 모두 342명. 그러나 전교시를 정상적으로 응시하고도 총점 0점을 맞은 수험생은 없었다.【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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