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유별나게 물기에 약한 ‘종이 골퍼’들에겐 비(雨)소식이 그야말로 슬픈 비(悲)소식이다. 그러나 오히려 비 오는 날 쨍쨍한 날보다 기운이 나고 스코어도 잘 나온다는 사람도 많다. 마음 먹기 달렸고 공략하기 나름이다. 국내 프로골프 무대에서 뛰는 정상급 선수들의 ‘수중전’ 요령을 모아 정리했다. ◇왼발을 미리 연다= 미끄러운 잔디 위에서 샷의 일관성은 발을 얼마나 잘 고정하느냐에 의해 50% 이상이 달려 있다. 다운스윙 과정에서 왼발의 미끄러짐을 예방하는 방법은 어드레스 때 왼발을 타깃 쪽으로 30도 정도 미리 열어두는 것이다. 왼쪽 무릎과 발바닥에 걸리는 하중이 왼발 끝부분으로 분산돼 훨씬 덜 밀린다. ◇스윙은 4분의3 크기로= 빗속에선 한 클럽 길게 잡으라고들 한다. 날아가는 거리와 구르는 거리가 다소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좀더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 스윙 크기를 줄일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번호 하나 긴 클럽으로 편안하게 휘두르면 균형과 거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 ◇러프에선 찍어쳐라= 물 먹은 러프는 클럽헤드를 휘감기 때문에 일단 러프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러프에 빠졌다면 찍어쳐서 헤드의 로프트에 의해 볼이 떠오르도록 해야 한다. 볼을 평소보다 오른쪽에 놓고 백스윙 때 왼손목을 일찍 꺾었다가 강하게 내리친다. ◇벙커에선 볼 바로 뒤를= 젖어 있는 그린 주변 벙커는 물기로 다져져 단단하다. 샌드웨지의 헤드가 볼 아래로 파고들지 못하고 튀어오르면서 볼 허리를 때리는 실수가 나오기 쉽다. 리딩에지(페이스 하단)가 아닌 바운스(뒷면 불룩한 부분)로 볼 바로 뒤 모래 부분에 정확히 헤드를 떨어뜨리는 게 성공 열쇠다. ◇어프로치는 띄워서= 짧은 잔디도 물을 먹으면 억세져 볼이 잘 구르지 않는다. 때문에 굴려서 그린에 올리는 방법은 거리 정확도가 떨어진다. 샤프트가 너무 타깃방향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양손과 헤드가 일직선을 이루는 정도로 준비자세를 취한다. 주의할 점은 퍼올리려 하지 말고 하향타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로 그린스피드를 읽어라= 젖은 그린에선 좌우 기울기를 덜 탄다. 더 중요한 것은 거리 감각. 그린을 밟으면서 물기의 양을 느끼도록 한다. 볼 놓인 곳에서 홀까지 걸어보며 그린이 얼마나 무거운지 파악한다. ◇헤드 물기를 닦는다= 헤드에 물기가 있으면 볼에 걸리는 백스핀의 양이 3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습스윙을 한 뒤 실제로 볼을 치기 직전 마른 수건으로 페이스를 닦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