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금리 지표로 활용되는 10년물 국채(JGB) 거래가 시장에서 하루 동안 중단됐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시장에서 국채 매물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1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도교채권시장에서 최근 발행된 만기 10년짜리 국채 거래가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장기금리도 결정되지 않았다. 10년 만기 국채의 거래중단은 지난 2000년 12월26일 이후 13년4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BOJ가 새로운 거래방식을 도입하기 직전이라 금융기관들이 거래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 국채 거래가 중단된 데는 BOJ가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금융완화가 배경이 됐다. BOJ는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채권 물량이 시장에서 동난데다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BOJ는 매달 7조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신규 국채발행 물량의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은행·연기금 등 민간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최근 발행된 국채 물량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일본 국채시장에서 BOJ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채거래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가 거래되기도 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시마모토 고지 도쿄지점장은 "표면적으로는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기능이 약해져 충격이 있으면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일본 수석 매니저 겐지 사카구치도 "국채금리가 당분간 더 하락하다가 어느 시점에 급격히 오를 것"이라며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필요할 경우 주저 없이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고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추가 양적완화를 주문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르면 이달 중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