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사 패러다임이 바뀐다] "원하는 인재 직접 키운다" 대학과 맞춤형 교육 "일한 만큼 준다" 임금 보상체계 변화 확산, 국적은 무의미…해외인력 모시기도 잇따라
입력 2004.10.13 18:06:06수정
2004.10.13 18:06:06
"우수인재 확보에 사활" 혁신 가속
[기업인사 패러다임이 바뀐다] "원하는 인재 직접 키운다" 대학과 맞춤형 교육"일한 만큼 준다" 임금 보상체계 변화 확산, 국적은 무의미…해외인력 모시기도 잇따라
"능력따라 급여 직무급제 도입 서둘러야"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인사(人事)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기업생존과 핵심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인사혁신 프로그램을 잇따라 가동하고 ▦채용에서 국적의 벽을 허물며 ▦단일호봉 시스템을 해체하고 ▦기존 학교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하는 등 ‘창조를 위한 파괴’를 발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인사 부문의 ‘창조적 파괴’는 인재경영에 의한 경영혁신이 선결돼야만 세계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현실인식 아래 좋은 인재확보를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인사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회원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기업경영 혁신방안 세미나’를 열고 경제계의 인사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기업 내 소속된 인재 스스로가 가시적 경영성과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능력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일괄적인 임금체계 및 단기 업적에 집착한 평가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직접 키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2개 회원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직원의 전문지식 및 기술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44.5점에 그쳤다. 기업들의 경력자 채용비중이 지난 96년 39.6%에서 올해 79%로 크게 높아진 것도 기업의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이 일부 반영된 것이다.
기업인들은 “경제상황은 나날이 국제화돼가고 급변하고 있는 반면 대학에서의 교육은 아직도 이론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재들을 직접 키우기 위해 대학교육 시스템에 개입(참여)하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고려대와 내년부터 대학원생을 기업이 직접 선발하고 석사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학교측이 추천한 대학원 진학 지망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ㆍ면접을 통해 학생을 직접 뽑은 뒤 학비 전액 및 생활비를 지원하며 선발학생은 석사학위 취득 후 해당기업에 취업해 일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영남대와, ㈜만도는 경북대와의 협약을 통해 맞춤형 인재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산업자원부는 이 같은 기업의 요구에 부응, 산학협력프로젝트를 통한 ‘맞춤형 기술인력양성’ 프로그램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고 교육부와 전경련도 최근 산학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하고 기업이 바라는 대학 교과과정 개발을 돕기 위한 실무지원팀을 꾸렸다.
◇능력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기업 인사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은 급여체계의 변경이다. 지금까지 연공서열에 따라 주어지던 급여가 직무와 능력ㆍ성과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
외환위기(IMF) 이후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인센티브ㆍ성과급제도는 제조업체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개개인의 성과에 따라 직급과 관계없이 급여가 달라졌다. 삼성ㆍLGㆍ현대차ㆍSK 등 국내 대기업들은 계열사별로 과장급 이상에 대해서는 연봉제를 기본으로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제공한다.
삼성그룹은 연말 PS(성과배분)제도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하며 동일직급이라도 개인의 성과와 계열사의 이익에 따라 급여는 몇십배의 차이가 난다. LG전자의 경우 과거 WCDMA 휴대폰 개발과 세계시장 선점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최고 1억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매년 말 연봉의 400~500%씩 개인의 실적평가에 따라 특별보너스를 지급하며 지난해의 경우 대리급 직원의 임금이 과장급을 능가하는 등 임금체계에서의 ‘연공서열 파괴’의 사례가 속출했다. SK는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연봉제를 기본으로 사인온 보너스 등의 인센티브 개념을 도입, 직원의 성과에 따라 급여를 달리하고 있다.
기업들의 단일호봉제 파괴는 최근 인센티브ㆍ성과급 등 보너스 개념을 넘어 직무에 따라 급여체계를 달리하는 직무급여제도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瞿?은행권을 중심으로 직무급여제 도입을 시도했다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지만 ‘우수인재 확보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며 직무급여 도입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력서에 ‘국적은 없다’=
국내 대기업이 초일류 인재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국적은 이력서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해외인재를 모시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이 다반사다.
삼성그룹은 해외 우수인재 확보와 관리를 위해 별동대 격인 ‘미래전략그룹’을 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년 4개 팀으로 나눠 미국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유럽에서는 국가별로 한 차례씩 석ㆍ박사급 인재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현지 연구소는 거의 100%가 외국인이다. 해외 생산 및 마케팅 법인의 관리자, 엔지니어 대부분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내 본사에서도 500여명의 해외인재가 국적에 관계없이 활약하고 있다.
LG그룹이 지난 7~8일 강유식 ㈜LG 부회장 등 인사담당 임직원 및 관계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른 ‘인재개발종합대회’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도 해외인재 확보와 관련한 국적파괴였다. LG는 해외에서 최우수인력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국적은 물론 연봉과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인사혁신은 기업의 경영무대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심인력의 희소성이 가장 큰 이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천재급 인재가 중요한데 이 같은 인재는 만명, 십만명에 한명꼴이어서 국내에서는 400~500명밖에 나올 수 없다” 며 “천재급 인력을 확보하려면 전세계를 돌며 국적에 상관없이 인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입력시간 : 2004-10-13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