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커 외환은행장 "론스타에 DBS선정 요구했었다"

"합병후 KEB 브랜드 유지 전략 마련"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대주주인 론스타에 DBS(싱가포르개발은행)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토록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웨커 행장은 내년 3분기 이후 국민은행에 합병되더라도 외환은행 행명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웨커 행장은 지난 24일 외환은행 본점 강당에서 개최된 전국 점포장 회의에서 "직원들의 뜻을 담아 론스타측에 DBS를 선정해 주도록 요구했으나, 결국 국민은행이 선택됐다"고 말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웨커행장은 `김지성 노동조합 위원장과 여기 모이신 여러분은 물론 저도 DBS가 선정되면 자격을 얻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웨커 행장은 "국민은행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실사와 당국 승인 등 절차 때문에 올 여름에나 지분 매각이 완료될 것"이라며 "지분매각이 이뤄진 뒤에도 대주주로 국민은행이 바뀌고 일부 이사진 변화만 있을 뿐 내년 늦여름까지는 지점이 없어지는 등 조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실사후 다음달 최종계약서(SPA)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당국 심사가 2~3개월 걸리는 만큼 자금 입금은 7~8월에나 가능하고, 이후 1년간은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웨커 행장은 "양 행간 합병은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라도 내년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그 기간 합병 이후로도 외환은행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의뢰를 통해 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 평가와 타행간 비교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행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외환은행이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은행 산업에도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에(행명 유지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 안정과 지점폐쇄 최소화 약속을 재확인하고 고객 유지를 위한 노력도 당부했다. 웨커 행장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외환은행 브랜드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이를 아는 국민은행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고용 보장은 물론 원격지 발령 등 부당한 인사 조치도 없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점이 가까이 있어도 중복되는 고객은 많지 않은 만큼 지점 폐쇄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다"며 "양행 지점이 가까이 있어 불안해하는 행원이 있으나,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므로 모든 과정에서 고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직원들과 한 약속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명한 책임을 질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부점장 회의에서는 고용보장을 SPA에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일부 지점장들과 주식거래 관련 계약서가 아닌 다른 형태로 약속받겠다는 웨커 행장간 입장 차이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지점장은 "론스타가 모든 임직원의 노력으로 성공한 만큼 고용안정 보장기금을 내 줄 것을 요구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웨커 행장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않았다. 한편 3시간 가량 소요된 부점장 회의가 끝난 뒤로도 상당수 지점장들은 복도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조합 대의원 100여명과 함께 합병반대 구호를 외치는 등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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