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벚꽃보다 오래 갈 사쿠라 증시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울려 퍼질 이 거리를~둘이 걸어요."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유명세를 탄 밴드의 '벚꽃 엔딩'이란 노래의 한 구절이다. 소위 '시즌(Season)송'으로 봄의 캐롤송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벚꽃이 피는 이맘때면 벚꽃 잎만큼이나 거리를 뒤덮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며칠 전 봄비로 이제 그야말로 벚꽃들이 하얗게 지면서 벚꽃 엔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쿠라(さくら, 櫻ㆍ벚나무의 일본말)의 나라, 일본도 올 들어 보여줬던 강렬한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있어 어쩌면 글로벌 증시에서 '일본 엔딩'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77엔대에서 6개월 만에 99엔대까지 수직 상승한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 돌파를 앞두고 과도한 양적완화 정책이나 지나친 엔저 현상이 오히려 일본의 재정이나 내수에 큰 부작용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한창이던 3~4월에 무려 21%나 상승하며 초강세를 보였던 일본 증시도 100엔 시대를 앞두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일본 경제의 회복세, 엔저 현상, 일본 기업의 수익 회복 흐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달 들어 일본중앙은행은 2년 내에 물가 목표를 2% 달성하기 위해 통화 공급을 2년 내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미 올 1월 일본 정부가 13조1,000억엔 규모의 슈퍼 추경을 편성한 후 두 번째 강펀치인 셈이다. 여기에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엔저 흐름을 사실상 용인한 점도 100엔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러면 초(超) 엔저 시대가 온다면 어떤 일본 주식을 사야 할까. 당연히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해져 기업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시가총액 5조원 이상 되는 일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살펴본 결과 일본 최대 에너지 수출업체인 INPEX홀딩스(1605 JP)가 90.4%로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보였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부품 업체인 시마노(7309 JP)도 수출 비중이 높고 재무 건전성도 뛰어나다.

세라믹 전자부품 세계 1위 기업인 무라타제작소(6981 JP)도 4.6%의 낮은 부채 비율과 높은 수출 비중(85.5%)으로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 개선 효과를 동시에 겸비한 기업이다.

양적완화 정책과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한 일본 증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그리고 강하게 갈지도 모른다. 이것이 벚꽃 엔딩이 되더라도 일본 엔딩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지 모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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