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의 이머징마켓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브라질ㆍ인도ㆍ터키 등 신흥국가에 몰렸던 투자 자금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과 주식급락 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며 달러 자산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전세계 1,500개 이머징 전문펀드의 자금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 5월25일 이후 50억달러가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왔다. 이는 최근 2년래 최고 수준이다. 이머징마켓 증시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은 미 국채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달 들어 7일까지 한주간 해외 중앙은행들의 미국 국채 및 정부기관 발행채권 보유 규모가 직전주보다 86억5,000만달러 증가한 1조6,28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지표금리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달 중순 이후 줄곧 5.0%를 웃돌았지만 8일에는 4.998%까지 떨어졌다. 현재 5.0%인 연방기금 금리 수준을 밑돌면서 수익률 곡선도 역전된 상태다.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올 들어 달러 가치는 유로와 엔화에 대해 빠른 속도로 떨어졌지만 FRB가 금리인상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강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는 이번주 들어 유로와 엔화에 대해 2% 강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엔ㆍ달러는 114엔대로 올라서며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달러 약세를 예상해 달러 자산 매도를 권유했던 월가 투자기관들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앞으로 수주 동안 약달러에 투자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제임스 매코맥 외환전략가는 “미 FRB가 기준금리를 5.25% 이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이머징마켓에 들어와 짭짤한 재미를 본 헤지펀드들은 지난달 신흥시장에서 4%의 손실을 입었다. 올 들어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10억달러 이상 헤지펀드 비율은 37%나 증가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지난달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