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 법안 이번에는 매듭지어야

노사가 비정규직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6개월 만에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이번에는 노사 양측 모두 자기주장만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한발씩 양보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란다. 이번 협상도 실패할 경우 노사 모두는 자기주장을 고집할 명분을 잃게 돼 정부안대로 가결되더라도 더 이상의 변명이 어렵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법도출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이번 협상은 여러 가지 점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처음으로 정부의 개입 없이 노동계와 경영계 대표들이 마주 앉아 해결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3자가 없다는 점은 대립 우려도 크지만 그만큼 솔직하게 속내를 피력할 수도 있어 타협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출발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협상안의 수위를 어디서부터 조절할 것인지에 대해 지난 4월 교섭결과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요구를 경영계가 수용한 점이 그렇다. 또 일괄타결을 고집하지 않고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정하고 타협이 안되는 것은 국회로 넘기자고 한 것도 진일보한 협상태도다. 그동안 11차례의 협상이 말해주듯 의견일치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쟁점은 크게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사유제한 및 사용기간, 사용기간 초과시 보호방안,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 및 불법파견시 고용보장 등으로 압축된다. 경영계는 고용 유연성을 살리면서 저임금으로 비정규직을 활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 규모를 어떻게든 줄이면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너무 입장차가 커 양측 모두 어느 것 하나 쉽게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노사 대표 모두 인내심을 갖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서로 양보 가능한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설령 서로 타결을 짓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만든 결과를 국회로 넘겨 다시 한번 타협점을 찾도록 하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노동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열린 마음으로 근로자와 기업 모두 상생하는 해법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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