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돌풍(安風)’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면서 여야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기존 선거판세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안풍’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안 원장 지지가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 논의에 들어간 만큼 안 원장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가 현재로선 단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출마시…무소속 완주냐 야권연대냐 관심=안 원장이 예상대로 출마를 결행할 경우 초반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돌풍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6.7∼39.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13.0∼17.3%)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10.9∼12.8%)를 압도했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물론 안 원장이 ‘반(反) 한나라’ 기치를 내걸고 자신의 정치색깔을 분명히 함에 따라 그를 지지했던 일부 중도 보수층이 이탈하면서 ‘안풍’의 위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관심은 무소속 완주냐 야권연대냐 하는 것이다. 안 원장은 자신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무소속 후보로 완주할 것으로 보이지만 ‘안풍’이 한풀 꺾이거나 주춤거리면서 위기를 맞게 될 경우 야권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안 원장은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출마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 차지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야권 진영과의 단일화는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소속 완주든 야권연대든 안 원장의 정치실험이 성공하면 양당 구도의 기존 정치질서는 어떤 식으로든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 판도까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 측은 현재 서울시장 선거승리 후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세력을 규합해 제3의 정당을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총선 국면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탈세력이 합류할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불출마시…대권플랜 가동 여부 초점=안 원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지를 전격 선언하면서 불출마할 경우 파장은 아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관심의 초점은 그가 과연 대권플랜을 가동하느냐 여부다. 불출마 선언 후 깨끗하게 학교로 돌아가 교수직에 전념할 수도 있겠지만 박 상임이사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정치 일선에 나서고, 그것이 결국 대권 행보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불출마시 안 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일약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되면 대선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부의 대권후보 다툼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포함해 전체 대선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박근혜 대세론’ 역시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야 지도부와 대선후보들이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안 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대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여의도 정가에선 안 원장의 일부 측근이 이미 서울시장이 아닌 ‘대선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불출마시 안 원장의 기세가 급속히 약화되면서 대선 국면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안 원장이 조기에 정치색깔을 드러낸 것이 약보다는 독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진단은 이런 전망과 맥이 닿아 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