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폭 확대후 3번째 상한가/선물환결제 중단… 은행 큰타격/대기업 달러사재기 사태 악화환율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추세가 이어지면 다음주초 달러당 2천원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요즘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환율은 달러의 수급상황을 반영하는 지표인데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공급이 사라져 지표로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어느 선이 적정환율인지는 더이상 관심이 없고 과연 어디까지 오를지만 호기심가득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외환시장 동향
기준환율인 달러당 1천4백23원60전보다 66원40전 높은 1천4백90원에 첫 거래가 이루어졌고 이후 10분만에 1천5백원선이 무너졌다. 이번주말께나 1천5백원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다시 30여분만에 이날 오를 수 있는 최고치인 1천5백65원90전을 기록한 뒤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다. 기준환율보다 무려 1백42원30전이나 높은 수준.
하루 변동폭이 상하 10%로 확대된 지난달 20일이후 상한선까지 치솟기는 지난 8일과 9일에 이어 세번째. 그러나 하루 10억달러 가량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던 8,9일과 달리 10일엔 개장 40분만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바람에 실수요자가 달러를 구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은행은 실수요증빙서류를 제출하는 업체에 달러를 직접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환율추이
10일 기록한 달러당 1천5백65원90전은 주초반인 지난 8일의 기준환율 1천2백20원40전에 비해 3백45원50전이나 높다. 또 변동폭 확대 직전인 지난달 19일의 1천35원50전과 비교하면 5백30원40전이 높은 것으로 원화가치는 변동폭 확대후 20여일만에 33.9%나 폭락했다.
지난해말 달러당 8백44원20전에 비해서는 무려 7백21원70전 높은 수준으로 전년말대비 원화가치 하락률은 46.1%에 달한다. 외환위기를 이미 겪은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하락률이 40%수준인데 비하면 원화가치 하락폭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외환시장 마비상태가 지속될 경우 11일 환율은 달러당 1천7백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또 11일부터 3일(외환시장 개장일 기준)연속으로 상한선을 기록할 경우 다음주초 달러당 2천원선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로선 그 가능성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환율상승배경
10일 5개 종금사의 추가영업정지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 종금사와의 외환거래가 전면중단됨에 따라 지난 2일 영업이 정지된 9개 종금사와 마찬가지로 외환거래에 따른 결제가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체의 흐름이 끊기면서 은행권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있다. 선물환거래의 결제가 중단되면서 그 파급은 외환시장 전체 참가자들로 퍼지고 있다.
외환시장의 달러공급물량은 절대 부족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자금이 미미한데다 금융권의 외화차입도 여전히 중단상태다. 전세계적인 달러강세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환율상승압력이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환율급등에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움켜쥐고 있는 행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아놓은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놓을 생각을 않고 금고속에 넣어두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장 급한 결제대금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충당한다고 한다. 실제로 최악의 자금난속에서도 달러부족을 호소하는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 7월이후 상당수 종합상사들이 달러사재기로 큰 재미를 보고있다』며 『이들이 보유중인 달러만 외환시장으로 끌어내도 환율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