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국유화 잠정중단

"에너지기업 지분 매입 자금 부족"

볼리비아가 자금 부족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의 국유화를 잠정 중단했다. AP통신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안드레스 솔리스 라다 에너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재원이 부족해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잠시 멈추기로 했다”며 “그러나 설립한 지 70년된 볼리비아국영석유회사(YPFB)의 구조조정과 현대화 작업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 정부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지난 5월1일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 국유화를 전격 선언한 이후 YPFB를 중심으로 외국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었다. 이후 YPFB는 볼리비아중앙은행(CBB)에 1억8,000만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볼리비아 의회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앙은행의 국영기업 지원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YPFB는 볼리비아에 진출한 브라질 국영석유회사(페트로브라스)와 프랑스 토털 등 외국 기업의 지분 51% 이상을 사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중단 발표에 야당을 비롯한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볼리비아 보수 야당인 포데모스 연합을 이끌고 있는 페르난도 메스메르 대표는 “모랄레스의 대통령의 국유화 선언은 ‘미디어 쇼’에 불과했다”며 “볼리비아 정유소들은 여전히 다국적 기업의 손에 들어가 있고, 모랄레스가 지시한 82%의 이익 환수 명령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잡지인 ‘라틴 페트롤리엄’의 수석 편집장인 피에트로 피츠 석유 분석가는 “볼리비아가 거대 외국 회사에 맞서 에너지 국유화를 하기에는 자본도 노하우도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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