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버블형성 과정등 경기흐름 유사
"미국의 현 경제 상황은 일본 경제의 10년 전과 '닮은 꼴'"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미국 경제가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며 미국의 최근 경기 흐름이 10년전 일본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도 일본 경제처럼 장기불황의 긴 터널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10년 전의 일본 경제는 80년대 버블이 꺼지고 난 뒤 '착시'에 가까운 잠깐 동안의 회복 국면이 진행되던 시기.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경고의 배경과 관련, 미국 경제와 일본 경제의 버블 형성 요인은 물론 버블 붕괴를 전후한 경제 상황 역시 비슷하다는 사실을 들었다.
실제 버블 형성의 경우 증시 폭등과 과잉투자가 경제 전반의 거품을 유발시킨 가운데 가계와 기업의 과다부채가 버블을 부채질했다는 점에서 양국 경제는 유사한 궤도를 걸었다.
버블 붕괴를 전후로 한 증시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 89년 버블이 꺼지고 난 뒤 2년 동안 닛케이지수가 40% 폭락했는데, 미국 증시 역시 버블 붕괴 시기인 2000년 3월 이후 2년 동안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가 33% 하락했다.
미국 경제는 올들어 노동 생산성이 증가하는 등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경제도 버블 붕괴 후 90~91년 사이 생산성이 강한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최근의 미국 경제 회복 조짐이 착시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고 경제가 위축되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인 금리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는 사실이 언뜻 상반된 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버블 붕괴 후 경제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90~91년 당시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셌다.
또 통화정책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살펴볼 때 FRB가 BOJ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대응했다고 할 수 없다. 주가하락이 시작된 이후 2년간 일본의 연평균 성장률은 3% 중반으로 2% 남짓한 미국을 앞섰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80년대 후반 들어 일본 기업들이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렸는데, 미국 기업들 역시 이 관행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 흡사한 일들이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일본과 미국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잡지는 보도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