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들이 주권을 이양해 ‘유럽합중국’(United Stated of Europe)을 만들지 않는 이상 유로존은 유지될 수 없다는 분석이 세계적 자산운용기관으로부터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채권투자로 정평 금융투자회사 핌코의 앤드류 보섬워스, 마이크 에이미 상무는 “(유로존처럼) 통화정책을 중앙집권화하면서도 재정정책은 (회원국에) 분권화하는 체제가 수십년간 지속된 전례는 역사상 없다”며 이 같이 내다봤다.
보섬워스 등은 반세기를 넘치 못하고 해체된 과거의 라틴통화동맹, 스칸디나비아통화동맹을 반면교사로 소개했다. 라틴통화동맹은 1873년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를 구성원으로 발족한 뒤 이듬해 그리스까지 포괄할 정도로 발전했으나 그리스가 공동통화 발행시 약속했던 금, 은 함량을 몰래 낮춰 찍어내다가 들켜 제명당했다. 남은 동맹국들도 세계 1차 대전 당시 동맹국들이 재정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 화폐를 마구 찍어내면서 1924년 와해됐다. 이에 앞서 1865년에는 스칸디나비아동맹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참여 속에 발족했는데 이 역시 1차 대전 당시 화폐 발행 남발로 붕괴됐다. 이들 연합은 모두 동맹국들의 통화 및 재정정책을 조율하는 강제적이고 중앙집권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경제위기를 맞아 무너진 통화동맹 사례다.
보섬워스 등은 그리스발 재정위기와 회원국 전반의 경기침체 속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따로 노는 현재의 유로존 상황을 옛 반면교사 사례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그들은 특히 유로존 경제의 저성장이 유권자들의 불안을 초래하고 급진좌파 당파인 그리스 시리자와 스페인 포데모스를 부각시켰는데 이들 정당은 유로존을 종결시키려 한다고 유로존의 취약성을 되짚었다.
보섬워스 등은 “(유로존 유지를 위해선 회원국간) 재정 분배 방식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하는 데 이를 구상해서 정치적 지지를 얻기는 요원하다”며 “유럽합중국을 이룰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유럽은 정치·재정연방 형태의 연합체를 만드는데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섬워스는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경제 재앙을 가져올 것이므로 기피되고 있지만 유로존의 중심국인 독일은 그리스에 대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에에미는 매월 600억 유로씩 회원국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QE)정책 여파로 유로화 가치는 올해 연말즈음에는 달러화와 1대 1의 등가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오는 9월부터 단행되리라는 게 핌코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