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입 밖에 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고위공직자일수록 파급력이 큰 만큼 더욱 절제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원전 발언은 그런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김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 당정협의에서 "고리 1호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파악해보니 부산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해 정부가 원전 폐로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전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바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그의 경솔한 발언으로 벌써 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이 난 것처럼 세상이 시끄럽다. 당장 일부 부산시민은 환영 의사를 내비치며 정부가 폐로 로드맵을 밝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폐로 혹은 계속운전 신청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황급히 해명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부 입장을 알아보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월권이다. 공당의 대표는 그런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폐로될 예정이었지만 전력난 해결을 위해 2017년 6월까지 연장 가동되고 있으며 6월까지 재연장 가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재연장 가동을 놓고 그동안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치열하게 엇갈려온 마당에 여당 대표가 불쑥 정부 입장이라면서 무책임한 발언을 해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원전은 국내 전력공급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 대책 없이 폐로를 주장할 일이 아니다. 물론 안전성 확인 없이 재연장 가동을 결정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판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몫이다. 때마침 26일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려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를 놓고 온종일 논의를 이어갔다. 김 대표의 발언은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