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보다 고위험 펀드 더 판다

수익성 큰 주식형 판매비중 높아… 수탁액 뒤지지만 수입은 되레 앞서


시중 은행이 증권회사보다 주식형 등 고(高)위험 펀드 판매에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 "은행이 안정성 위주의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는 투자자 인식과 반대되는 결과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말 기준 국내 증권회사들의 펀드 판매잔액은 188조 1,271억 원으로 전체의 54.2%에 달한다. 86조2,912억 원(28.9%)의 은행보다도 판매잔액 규모가 두 배 가량 앞서고 있다.

반면 판매보수 등 수익 측면에서는 상황이 180도 바뀐다. 지난 해 은행이 펀드 판매로 얻은 수익은 4,753억 원으로 증권회사(3,163억 원)보다 1,500억 원 가량 많다. 전체 펀드 판매 수익의 절반(54.2%)이 은행으로 돌아갔다. 펀드 판매수익 전체에서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6.1%에 불과하다.

이는 은행이 수익성이 높은 고위험의 주식형 펀드 판매 비중이 증권보다 높기 때문이다. 통상 주식형 펀드의 판매보수는 0.811% 가량으로 채권형(0.243%)이나 단기금융상품(0.142%) 수준을 크게 웃돈다. 실제로 전체 은행의 올 3월 펀드 판매 수탁액 가운데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54.7%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18조438억 원으로 전체의 64.82%에 이른다. SC은행(70.76%)과 씨티은행(67.11%), 외환은행(60.53%), 신한은행(56.43%), 우리은행(50.56%) 등도 판매하는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식형 펀드다. 이에 반해 증권회사들의 전체 펀드 수탁액 중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9.35%에 불과하다. 50%를 웃돌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59.98%) 한 곳뿐으로 나머지 한화투자증권(47.40%), 한국투자증권(44.16%), 삼성증권(44.16%), KDB대우증권(32.66%), 하나대투증권(28.41%), 신한금융투자(23.68%), 하이투자증권(20.48%) 등은 전체 펀드 수탁액 가운데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경우에는 주식형 펀드 비중이 18.7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증권사보다 주식형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은 이유로 지점 수 차이를 꼽는다.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한 펀드 판매가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점이 많은 은행에 투자자가 더 많이 몰리고 이들이 안정적 투자보다는 주식형 등 공격적 투자를 선호하면서 은행의 주식형 펀드 판매 비중이 증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예금과 적금 등 안전상품 위주의 은행이 판매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채권형보다 주식형 펀드 판매에 보다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은행의 경우 지점이 많고 이에 따라 개인 고객이 많아 주식형 펀드 판매가 많을 수 있는 데 반해 증권은 기관 등 안전 성향 투자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주식형보다는 채권형 등이 판매비중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이어"과거 불완전 판매 사례가 은행이 많았듯 증권보다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3 판매채널(은행ㆍ증권ㆍ보험 등 외에 펀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 마련'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송정국 한국투자자보호재단 투자자보호센터장도 "은행은 상대적이긴 하나 증권보다는 증시 이해 등 주식형 펀드 판매에 있어 전문성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며 "전문성이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3 판매채널' 마련은 물론 금융권 펀드 몰아주기 관행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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