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각기 다른 이슈로 재계와 온 국민의 관심을 모은 롯데·한화·두산 등 재계 주요 기업에도 앞으로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위기에 빠진 철강·조선업계는 사업·인력 감축을 위주로 활로 모색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원 리더(One leader)' 체제 출범에 따른 '후속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조직 개편의 방향은 그룹 차원의 수익성 제고다. 롯데쇼핑의 지난 2·4분기 영업이익률이 2%대에 머무는 등 기존 유통·제과 사업의 수익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관심 사업'으로 금융·렌털 등 선진국형 사업을 꼽는다. 반면 건설 등 전통 사업에는 관심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이 그동안 수차례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워왔지만 앞으로는 가지를 쳐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자신이 평생을 지켜온 사업에 애착이 깊은 반면 신 회장은 기업의 성장과 사업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한화는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로 재계의 이목을 끈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화될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는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 등을 인수하면서 석유화학 매출이 2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를 확보한 만큼 업계 지형도의 재편에 가장 큰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 들어 독일 하이코스틱스, 호주 LDE 등을 인수한 것처럼 앞으로 소규모 M&A를 통해 석유화학·태양광 등 신성장 사업에 필요한 기술력과 인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한화생명을 필두로 해외 금융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해외에서 M&A를 단행할 가능성도 유력하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의 희망퇴직을 잇따라 실시해왔고 직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두산타워의 면세점 유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업재편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엿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KFC 매각을 끝으로 소비재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바 있다. '중후장대형 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던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철강·조선업계서도 몸집을 줄이기 위한 사업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국내 계열사의 50%와 해외 사업 30%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한 현대제철과 최근 포항 후판사업을 정리한 동국제강도 사업 최적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해양 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비핵심 자산과 계열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 대형 조선소와 중소형 조선사 간 위탁경영이나 합병 등 산업 구조개편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