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장률 전망 하향·국내경제 영향은

회복 경기에 찬물 우려
수출보다 내수 의존도 높아져 당장 영향은 미미
약달러 지속땐 유가급등·물가불안 부작용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세계의 소비시장인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으로 인한 미국 경기 악화나 FRB의 성장률 하향 조정치는 기존의 예상 범위와 다르지 않다”며 “우리 경제의 경우 점차 수출보다 내수가 주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내년 5.0% 안팎의 성장률 달성 전망을 접을 단계는 아니지만 외부변수가 워낙 유동적이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로 달러 약세와 유가ㆍ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물가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하락 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 수출보다 내수 의존도 높아져=현재 내년 성장률에 대해 해외 기관보다는 국내 기관이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5.0%를 전제로 예산을 편성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한국은행이 5.0%, 한국경제연구원이 5.1%, 하나경제연구소가 5.2%의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4.6%, UBS 4.1%, 도이치뱅크 4.1%, 모건스탠리 4.8%, 노무라 5.2% 등으로 해외 기관들은 대체로 5% 이하의 예상치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차이는 국내 기관들이 대외여건 악화보다 내수회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상봉 산업연구원 원장은 21일 대한상공의회소가 주최한 ‘2008년 대내외 경제전망과 대응’ 세미나에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올해보다 다소 높은 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원장은 “내년에는 미국의 경기부진, 국제금융 불안, 환율 하락, 고유가 및 원자재가 급등세, 중국발 인플레 가능성 등 해외 요인이 주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민간 소비가 4% 후반 수준으로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호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도 최근 내년 경제 전망을 통해 민간소비가 지난해 4.2%에서 올해 4.4%, 내년에는 4.5%로 안정된 증가세를 보이는 등 내수가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FRB가 내년 미국 GDP 예상치를 낮췄지만 시장 전망치보다는 낙관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RB의 전망치는 IMF보다 0.1%포인트 낮고 시장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이례적인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가 급등, 물가 불안이 위협요인=하지만 마냥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달러 약세와 유가 급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99달러를 돌파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투자자금이 미국 금융자산에서 원자재 등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유가가 1% 상승하면 GDP는 0.02%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은은 올해 평균 원유도입 단가가 배럴당 64달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 원유도입 단가가 배럴당 83달러로 올해보다 30% 정도 급등하면 GDP를 0.6%포인트 까먹는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압력→소비심리 위축→생산 및 투자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와중에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중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등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되면 우리 경제의 회복세도 꺾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내년 성장률 5%를 달성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임종룡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당초 정부는 5% 경제 성장을 전제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지만 대외변수들이 예상보다 악화되는 측면을 검토해 내년 경제운용방향에서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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