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후 불안정성이 높아진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북한 내부 상황을 점검·분석하는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 회견을 통해 "최근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며 "앞으로 북한 상황과 정책 옵션을 점검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한미 양국은 중국과 다른 관련국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더욱 긴밀히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 내부의 정치 상황 전개에서 갈수록 휘발성이 높아지는 북한 핵 문제를 (양국 간) 최고 의제로 삼는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급변 사태 협의 방식에 대해 "한미 양자 간 (협의를) 하는 가운데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의 참여도 상정할 수 있고 6자 회담에 참가하는 다른 5개국의 참여도 가능하다"며 "양자는 물론 3자 차원이나 유엔 차원에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해 북한 정세 전반을 다루는 채널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케리 장관도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산 활동에 대처하는 데 양국은 '한치의 빛(inch of daylight)'도 들어올 틈 없이 단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며 "우리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도, 핵 무장국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군의 전략적 순환과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한국에 병력 800명, 탱크 40대를 추가 파병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잇따른 우경화 행보에 대해 "과거사 이슈가 동북아 화해와 안정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케리 장관과 나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긴장 완화 노력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의 공식적 외교회담에서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역내 안정에 걸림돌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일본의 행동변화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케리 장관은 과거사 이슈를 비롯해 대 일본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보통 양자 회담에서는 제3국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는다"며 "미 행정부와 의회, 학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동북아 지역의 화해와 협력 추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가 실망이라는 표현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있었을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일 양자 간 당초에 예정됐던 일정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전격 취소됐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문제에 대해 "양국은 한국의 TPP 참여가 아태 지역의 경제적 통합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자 간 협상을 촉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간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것을 주목한다"며 "동맹과 상호 신뢰의 정신에 따라 방위비 분담과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이 '윈윈'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