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충돌로 벌써부터 누더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내놓고 있는 등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출산장려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세제 혜택’을 꺼내 들었지만 독신자와 맞벌이 가구의 세 부담이 늘면서 ‘증세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신자ㆍ맞벌이 부부 세 부담 논란 확산=22일 열린 국회 재경위의 최대 이슈는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였다. 당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추경은 뒷전이었다.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국민들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세제개편으로 인해 세금이 늘어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제세 열린우리당 의원은 “독신자이거나 맞벌이라는 이유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냐”고 따지기도 했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세 부담 증가’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세제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증세 논란’으로 확대됐지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조세 중립적 정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권 부총리는 “가족 수가 많으면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데 공제는 오히려 더 적어 이를 시정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로서는 늘어난 세금을 감당해야 하는 대상자들의 반발도 고민거리다. 재경부 홈페이지를 찾은 ID가 ‘된장’인 네티즌은 “결혼 못하는 사람은 죄지은 사람이냐. 애 못 낳는 사람은 죄인이냐”고 지적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저출산의 주된 이유는 기혼 여성의 출산율 하락보다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추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미혼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기혼 인구도 줄어들어 오히려 저출산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2의 소주세율’ 되나… 당정 시각차 뚜렷=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를 둘러싼 당정간 시각차도 뚜렷하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확정된 것은 전혀 없으며 상황에 따라 현행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창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가지지 못하는 가정이나 졸지에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 맞벌이 가구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초에도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논란이 일자 여당은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당은 물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이 많아 다음달 중 정기국회에 제출될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제도가 ‘제2의 소주세율’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재경부는 소주와 LNG 세율 인상 등을 주장하다 정치권과 국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은 “경우에 따라 1~2명 가구의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되겠지만 출산을 장려하고 부양 자녀가 많은 가구에 혜택을 더 준다는 과제를 감안해야 한다”며 “입법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설득하겠지만 결국 국회 심의과정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