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적 전기요금제' 지역갈등 불씨되나

비수도권 지자체 "생산-소비지역에 동일요금 부과는 불합리"
충남 정책토론회 열며 도입 공론화… 인천·부산·경남도 요구
정부 관계자 "수도권 거주 서민부담만 가중… 역차별" 주장


화력이나 원자력을 통해 전기를 생산, 수도권에 공급중인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차등적 전기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충남, 인천, 부산, 경남 등이 '비수도권의 생산, 수도권의 소비'라는 양극화 구조속에 전력소비지와 발전소 지역이 동일하게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남도는 12일 국회에서 '전력시장 단일요금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 차등적 전기요금제의 도입을 본격 공론화한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말 기준 충남의 발전설비는 1만7,069㎽로 전국의 19.6%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석탄설비는 1만2,400㎽로 전국 대비 47.5%로 1위다. 충남은 연간 12만1,230GWh의 전력을 생산해 이중 62.5%인 7만5,763GWh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있다. 충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등으로 보내기 위해 총연장 1,470㎞의 송전선로와 송전탑 4,141개를 설치해놓고 있으나 지중화율은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송전설로 송전탑은 산림훼손과 주민재산권행사제한, 지가하락, 건강위협, 감전 및 낙뢰 위험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특히 화력발전소에 따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11만1,021톤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체 2억2,000톤중 7,700만톤을 차지하고 있다. 또 화력발전소에서 방류하는 온배수는 주변 어장 및 갯벌 황폐화 등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고 석탄재와 분진은 농작물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동헌 충남도 에너지산업과장은 "관내 4개 화력발전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7,712억원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나 정부지원금은 사회적 비용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 차등적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전력의 합리적 배분과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최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가칭 '발전소 입지 지역 환경개선지원법' 제정을 공식 요구했다. 인천 지역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갖다 쓰는 지역주민의 전기요금에 환경개선부담금을 포함시켜 달라는 게 골자다. 인천에는 현재 영흥화력발전소를 비롯해 9개의 발전소가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1년에 7만6,380GWh에 달한다. 하지만 인천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이 중 30%인 2만2,650GWh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사용된다. 인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07년 4,550만톤에서 올해는 6,55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자체들도 1㎾h당 0.75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받는 만큼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인천시는 1년에 400여억원의 부담금을 확보할 수 있다.

부산, 경남도 단일 전기요금제를 지역별 차등요금제로 전환해줄 것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고 부산·경남시민단체들은 원자력발전서와 가까울수록 전기요금을 많이 할인해주는 '반값 전기료'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차등적 전기요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앙 정부의 한 관계자는 "차등요금제는 오히려 역차별이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서민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너무 싼 산업용 전기료와 개인 소비자에게만 적용되는 누진제 등 전기료 현실화 등 전반적인 전기요금제 개편과 함께 차등요금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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